평사원 출신 사장님이 말하는 'MZ세대 사용 설명서' [부터뷰]

양현주 기자

입력 2022-06-10 19:02   수정 2022-06-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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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범 LG이노텍 전 사장의 소통 노하우
    "성과급 지급 기준이 뭡니까?"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입사 4년 차 직원이 CEO를 포함한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때문입니다. 메일에는 `삼성전자보다 성과급이 낮은 이유가 뭔가?`, `성과급 산출 방식을 공개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세대가 기업 내에 늘면서 세대 간 소통은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했던 기성세대들 입장에서도 MZ세대와의 소통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변화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 상사와 부하직원들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랐던 이웅범 LG이노텍 전 사장에게 들어봤습니다.

    ● 상사가 아닌 멘토가 필요하다

    "상사가 아닌 멘토가 돼야 한다" 1983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LG이노텍, LG화학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이웅범 사장의 소통 철칙입니다. 상사, 특히 리더의 역할은 업무를 지시하는 것에만 끝나지 않습니다. 주니어 직원이 시니어로 또 팀 리더로 성장하게끔 도와줘야 한다는 겁니다. 멘토에게 관리받고 있다고 느낀 조직원은 연봉으로만 회사를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멘토로서 더 나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이 전 사장은 LG이노텍 재임 당시 직장 내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가감 없는 부하직원들의 불만을 접수한 뒤 루머인지 여부를 파악하고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장급 이하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이 전 사장은 "리더는 직원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말만 소통의 장(場)? 진실한 소통은

    한국 기업 문화에선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입을 닫습니다. 진짜 불만을 말했다가 어떤 식이든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전 사장은 가짜 소통이 아닌 진짜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스몰 토크`입니다. 각 잡고 면담하는 게 아니라 하루 5분, 10분 정도의 간단한 스몰토크를 통해 업무 진행 상황과 조직의 현주소를 파악합니다. 분기에 한 번 면담은 오히려 조직원에게 시험을 본다는 압박을 줍니다. 빈도는 자주, 시간은 짧게 소통의 장이 자유롭게 발생할수록 효과는 커진다고 이 전 사장은 생각합니다.

    이 전 사장은 소통의 장을 통해 수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LG전자 레코딩미디어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었다고 진단합니다. 그는 "당시 직원들에게 효과적인 원가절감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윗사람 눈치에 위험 부담이 있어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스몰토크를 통해 이 아이디어를 알 수 있었고, 직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줘 다시 사업이 이익을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목표는 과해도 좋다

    그는 직장에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습니다. 과도한 목표가 오히려 좋다는 겁니다. 5%라는 낮은 목표는 기존의 방법대로 접근하기 쉽지만, 30%라는 목표치를 잡으면 판을 뒤집는 혁신을 찾기 시작한다고 그는 말합니다.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역량을 100%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조언입니다.

    덧붙여 그는 익숙하지 않은 조직문화 속에서 `일로 성공하기를 원하는 MZ세대`에게 `훌륭한 팔로워`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조직원들도 리더가 되는 법, 리더십을 갖추는 법을 말하지만 팔로워, 팔로워십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좋은 팔로워가 되기 위해선 상사와의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때 대화와 면담을 적극 활용하라는 꿀팁을 제시합니다. 리더의 의사결정에 이견이 있다면 면담을 통해 제시하고, 설령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결정 과정을 듣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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