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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양적긴축(QT) 추진했다…세계 증시 어떻게 될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6-1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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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출구전략의 마지막 카드인 ‘양적긴축(Quantative Tightening)’이 추진됨에 따라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확정된 QT 로드맵을 보면 1단계에는 475억 달러, 2단계부터는 950억 달러로 늘려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5년 전 추진됐던 QT와 비교할 때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Fed의 보유자산은 4조 달러에서 9조 달러로 급증했다. Fed가 보유자산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가져간다면 5조 달러를 줄여야 한다. 유동성 환수 효과가 기준금리 인상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감안해 월가에서는 ‘앞으로 5조 달러 QT 재앙이 자산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최대 관심사다.

<그림 1> 향후 1년 이내 美 경기침체 가능성 (자료 : 월스트리트저널)


첫째, 기준금리 인상과 달리 QT는 시장금리를 반드시 끌어 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못하다. 2004년, 2015년 이후처럼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QT를 추진하면 시장에 채권공급이 늘어나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역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

둘째, 세계 총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했던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QT 추진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로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경감 환상’에 빠지게 해 위기 극복을 모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역풍이다.

셋째, QT 추진으로 유동성이 줄어들면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시장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초금융완화 정책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처음 논의된 이후 채권, 코인, 주식에 낀 거품이 순차적으로 꺼지고 있는 가운데 집값마저 흔들리고 있다.

넷째, QT 추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이다. 2년 전부터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여 왔지만 ‘부(富)의 효과’가 지탱하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은 QT 추진으로 부의 효과가 사라지면 미국 경제는 ‘구조적인 장기 침체론’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다섯째, Fed에 이어 다른 중앙은행도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국의 금융시장과 경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동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Fed의 QT 추진에 맞춰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까지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릴 방침이다.

여섯째, 포트폴리오 지위상 우리가 속한 신흥국은 ‘긴축 발작’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은 금라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Fed를 필두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이 순차적으로 QT를 추진하면 ‘유입(포지티브 캐리 트레이드)’보다 ‘유출(네거티브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선진국의 자산거품 붕괴과정에서 발생한 마진콜에 응하기 위해 디레버리지와 겹칠 경우 신흥국에 미칠 충격은 증폭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도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 증시에 유입되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토대로 주식 매입을 권유했던 것이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실(다우 45% 하락, 코스피 65% 폭락)을 가져다줬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을 추진해 물가 안정, 자산거품 제거, 지속적인 성장기반 확보 등과 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QT가 추진할 때에는 경기 차원에서 중앙은행과 중앙은행 총재의 역할이 무력화되는 대신 경제 주도권이 재정정책 수장으로 넘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양대 경제수장의 반란이 시작됐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현재 중국 경제가 우한 사태보다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통수권자 이외의 현직 각료가 경제가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에서는 리커창 세력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진핑 대체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선진 7개국(G7) 회의에 참석했던 자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미국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올들어 양대 국가의 경제는 의외로 빨리 식고 있다. 중국 경제는 봉쇄조치가 집중됐던 2분기에는 1분기 성장률(4.8%)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한 단계씩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 조짐이다.

미국 경제도 1분기 성장률이 ?1.5%로 떨어졌다. 지난 3월을 정점으로 다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8%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4배 이상 웃돌고 있다. 스테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옐런 장관의 진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중국과 미국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물가를 잡는 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원국에 대한 입장이 최근에는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대폭 낮춘 국제금융협회(IIF) 등도 같은 입장이다.

올가을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양대 통수권자 대통령 입장에서 스테그플레이션 조짐을 풀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앞날에 커다란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소득이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 경제고통이 높아질 경우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국민 지지도가 더 추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시진핑 축출설, 바이든 탄핵론이 나돌 정도다.

문제는 정책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지난해 3분기 이후 인민은행이 주도가 돼 각종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 왔으나 주가만 반짝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경기적인 면에서는 Fed와의 디커플링 금리정책에 따른 외국인 자금 대거 이탈로 역자산 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진단 실패로 출구전략 시기를 놓쳤던 Fed도 경기와 물가, 그리고 금리 간의 트릴레마 국면에 빠져 있다. 현시점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둔화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오를 확률이 높아 뒤늦었다 하더라도 출구전략을 서두를 수 없는 입장이다.

3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치러진 올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율 1%포인트를 잡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6%포인트가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희생률(sacrifice ratio)을 제시했다. 한번 높아진 물가는 잡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금리변경을 통한 총수요 관리대책으로는 양대 통수권자의 현안을 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초에 스테그플레이션 국면을 풀었던 공급중시 경제학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림을 통해 공급중시 경제학의 효과를 살펴보면 감세 등으로 총공급 곡선이 우축(AS1→AS2)으로 이동하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는 떨어지게 된다.

<그림 2> 공급중시 경제학의 효과 (자료: 한국경제신문)


증시 입장에서는 ’성장률 수준‘보다는 ’저점‘이 언제 형성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중국과 미국이 공급중시 대책을 추진할 경우 올해 2분기가 저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마코프 스위치 국면전환 모델인 추정해 보더라도 올해 2분기가 저점으로 나온다. 추락만 하던 세계 주가가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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