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업프로젝트 '기업人큐베이터'③] 차고엔지니어링

입력 2022-06-16 09:53   수정 2022-06-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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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러' 완전 국산화 목표…"최연소 명장 이름값 하겠다"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기술 전수하는 게 꿈"
최연소 명장, 최초로 사내벤처 분사 성공. 김형규 대표에게 처음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하지 않은 단어다.

김 대표가 설립한 차고엔지니어링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1호 기업이다.

김 대표는 SK하이닉스가 기술명장 제도를 도입한 이래 가장 어린 나이에 명장 타이틀을 획득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차고엔지니어링은 산업용 온도조절장치인 `칠러`를 생산하는 스타트업이다.

● 반도체 공정 핵심용 온도 조절 장치 `칠러` 국산화

현대 생활의 편리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에어컨과 냉장고가 손꼽히는데 냉방 기술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현장, 특히 반도체의 제조 과정에서도 극한의 온도조건 테스트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칠러라는 냉각장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 대표는 "독일 출장을 갔을 때 그곳 엔지니어의 입에서 이 칠러는 연간 천여대 정도씩 한국으로 판매가 된다라는 말을 듣고 왠지 모를 애국심과 열등감이 생겨났다"며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재직 시절 칠러 분야에서 기술명장을 받을 만큼 칠러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컸던 그에게 관련 제품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창업의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김 대표는 "칠러 개발은 국산화에 성공했어도 내부의 부품은 아직도 해외 부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단위부품의 국내 개발과 생산도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스티브 잡스의 차고 vs `김형규의 베란다`

스티브 잡스의 창업 스토리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차고다.

잔디깎이 기계나 간단한 가전제품이 고장났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하며 엔지니어의 꿈을 꿀 수 있는 곳. 스티브 잡스가 스티브 워즈니악과 손을 잡고 애플 신화를 일궈낸 곳이 바로 차고다.

김대표는 "애플의 신화가 차고에서 시작됐듯이 혁신적인 엔지니어링을 꿈꾸며 차고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을 지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창업 DNA는 훨씬 이전부터 꿈틀거렸다. 똑똑하지 못했던 탓에 무엇이든 뜯어보고 확인해야 이해를 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김 대표는 "누군가에겐 평범한 공간인 베란다가 최적의 장소였다"며 "베란다에서 만들어 보고 뜯어보던 내용들을 당시 개인 블로그에 일기처럼 실험일지를 적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Hi-Garage)`…"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차고엔지니어링 성공을 이끈 또 다른 주역은 SK하이닉스의 창업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는 `하이개라지(Hi-Garage)` 사업 2019년부터 진행중이다.

2020년 한 해에만 240건의 아이디어가 모집됐고 최종적으로 6개가 채택돼 지원을 받았는데, 차고엔지니어링도 그 중 한 곳이다.

하이개라지를 통해 배출된 기업들은 반도체 신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의 중장기 과제로 꼽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 자립을 달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이개라지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3년 이내에 복직이 가능하다는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내부 혁신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더 큰 회사 만들어 후배들 기술 교육에 힘쓸 터"

김 대표는 창업을 전후로 후배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명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기계를 다루고 제작하는 이른바 블루칼라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조직 내에서의 평가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첫 번째 도전은 부동산 매입이다.

김 대표는 "옥천에 저렴한 땅을 구입하고 건물 지하도 임대도 해봤는데, 부동산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후배들이 마음 놓고 실습을 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며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제습기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제품은 모두 온도와 관련한 솔루션을 다루는 것인데, 제대로 된 실습 공간에서 안전하게 교육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언제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고엔지니어링의 더 큰 성장에 욕심을 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 김 대표는 "회사가 더욱 커져야 후배들 교육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술자들 스스로가 더욱 노력하고 그에 부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 `칠러` 글로벌 시장 16조원 규모…미국 기업이 절반 차지

칠러는 냉방을 담당하는 공조 시스템으로 에어컨이 공기를 냉각시키는 방식이라면 칠러는 차가운 물을 이용하는 차이가 있다.

해외 공조전문 조사기관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시장은 800억달러(약 91조800억원) 규모며 이 가운데 칠러는 140억달러(약 15조9400억원)로 추산된다.

칠러 부문은 대형 빌딩 역사와 함께하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캐리어·트레인·요크 등 미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며 100년 넘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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