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아픈 손가락' 쇼박스, '비상선언'으로 비상?

박승완 기자

입력 2022-06-15 19:08   수정 2022-06-1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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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쇼박스, 반격 나선다
    <앵커>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영화에 오르면서 영화계에 활기가 감돕니다. 기세를 몰아 올여름 성수기를 목표로 제작비 200억 원의 영화 `비상선언`이 개봉을 확정 지었는데요.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미뤄뒀던 개봉작 공개를 결정하고,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NFT,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몸값이 뛰는 K콘텐츠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인데,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붙잡을 묘수가 있을지 관건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쇼박스가 기업설명회를 열었다고요?

    <기자>

    쇼박스 미디어데이는 오늘 11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습니다. 영화 제작발표회는 진행한 적이 있어도 기업설명회를 연 건 1999년 창사 이래 처음인데요. 김도수 대표가 직접 자리해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무한 확장을 이끌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첫 단추로는 `기획 창작 집단`을 만들 계획입니다. 감독이나 작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안정적으로 발굴 `원천IP`를 `슈퍼IP`로 키우겠다는 포부입니다. 동시에 메타버스나 NFT로의 활용이 가능한 IP를 찾아내고,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앵커>

    20년 넘게 없던 기업 설명회를 지금 이 시점에 처음으로 열었다, 이유가 뭘까요?

    <기자>

    쇼박스는 영화의 투자·제작·배급을 사업 중심에 둔 기업입니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등과 더불어 국내 빅4 영화 배급사인데요.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오기까지는 대략 다섯 단계를 지나는데, 먼저 제작사가 영화를 기획하면 배급사가 투자를 진행합니다. 이 자금으로 제작사는 작품을 만들고, 배급사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한편 영화 홍보를 맡습니다. 이후 관객들이 낸 관람료를 영화관과 배급사가 나눠 갖고, 제작비를 넘는 이익이 생기면 투자자나 제작사에게도 몫이 돌아갑니다.

    배급사들은 코로나19 내내 영화 개봉 자체를 미뤄왔는데요. 영화관에 관객 발길이 끊기다 보니 투자비 회수가 전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국내 영화 산업의 부활 조짐이 보이는 지금이 미뤄둔 작품을 공개하고, 나아가 새로운 사업 비전을 내놓을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워낙 관객 가뭄이 심각했으니 반등 속도가 빠를 것이란 예상이 듭니다. 미뤄뒀던 작품 중 최고 기대작은 비상선언이죠?

    <기자>

    `비상선언`은 `관상`, `더 킹`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작품입니다. 비행기에서 펼쳐지는 재난 상황을 다뤘는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배우들이 출연해 초호화 캐스팅이란 평가입니다. 당초 올해 1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오미크론 확산에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다가 오는 8월 관객들과 만납니다.

    이외에도 묘를 이장하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당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인 `파묘`, 레바논 외교관의 납치 실화를 그린 `피랍` 등이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드라마 제작 확대를 선언한 건데요. 현재 기획 중인 TV드라마와 OTT시리즈만 40편에 달하고, 이중 3편은 올해 촬영에 돌입하고, 내년에는 3~5편의 작품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앵커>

    쇼박스가 영화에 드라마도 만드는군요?

    <기자>

    높은 영화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영화 사업의 매출 의존도는 98.1%. 사실상 사업 전체죠. 더구나 영화 매출의 70% 이상이 영화관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팬데믹의 충격이 컸습니다.

    때문에 쇼박스는 영화 의존도를 낮추고자 2020년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덕분에 2020년 영화 매출 비중을 78.4%까지 줄였지만 후속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잠시로 끝났습니다. 2021년 영화 비중이 99.1%로 다시 치솟은 거죠.

    <앵커>

    사업의 99%가 한 분야라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겠군요.

    새판 짜기가 절실하겠습니다.

    <기자>

    실제로 쇼박스 매출은 201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을 걷다가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17년 천억 원이 넘던 매출이 3년 새 반토막이 난 건데요. 그나마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6.7% 증가하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복하는 영화 산업에 K콘텐츠의 인기가 한 몫 한 건데, 기세를 몰아 지난 4월에는 MCG(마음캐피탈그룹)로부터 1,316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습니다. MCG는 LS그룹 3세 구본웅 대표가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투자 회사입니다. 당시 투자로 쇼박스의 지분 30%가량을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는데, 쇼박스와 함께 세계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앵커>

    장기간 침체를 벗어난 지금이 새 출발의 적기라고 판단했나 보군요.

    그런데 2대 주주가 마음캐피탈이라면, 쇼박스 최대 주주는 누굽니까?

    <기자>

    지분 57.6%를 보유한 오리온홀딩스입니다. 제과회사 오리온의 지주회사죠.

    증권 시장에서 오리온을 두고는 `군계일학`(유안타증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너무 많다`(하이투자증권) 등 제목의 긍정적 리포트가 쏟아집니다. 주가 흐름도 좋고요. 반면 쇼박스와 오리온을 거느린 오리온홀딩스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실제로 쇼박스는 2015년 천만 영화인 암살 외에도 사도, 내부자들 등이 줄줄이 흥행하며 전성기를 보냈습니다. 당시 한국 영화도 호황기 이어서 쇼박스는 배당을 통해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2020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쇼박스가 오리온의 아픈 사업부로 거론되는 이유인데요. 기대작 개봉에 신사업 계획 등으로 새 출발을 다짐한 만큼 그룹의 효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앵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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