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받은 뒤에 치아보험 가입 가능할까? [슬기로운 금융생활]

치아 통증이 느껴져 수년 만에 치과를 찾은 A씨. 생각보다 충치가 많아 크라운치료 등 200만 원이 넘는 치료비 견적이 나온 상황. A씨는 뒤늦게 `치아보험`이 떠올라 보험 가입을 서두르기로 하는데…A씨는 과연 치아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

실손의료보험만큼이나 필수보험으로 꼽히는 금융상품 중 하나죠, 바로 치아보험입니다. 아무리 치아를 깨끗이 잘 관리한다 해도 치과 진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가의 치료비를 내는 것도 부담인 치과진료. 이를 대비한 다양한 치아보험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치아보험에 가입할 때 주의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손해율 높은 치아보험…"치료받고 바로 해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치아 1개당 치료비는 평균 57만 원에 육박합니다. 가뜩이나 치료할 때 통증도 상당한 데 치료비까지 비싸다보니 가장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치과`가 꼽힐 수밖에 없습니다.

전 국민의 3분의 2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은 치과 관련 치료비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과 진료비를 보장 받으려면 치아보험이라는 상품에 따로 가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치아보험, 손해율이 굉장히 높은 상품으로 꼽힙니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으로 나간 돈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치아 치료비가 상당히 고가인데다, 치료 전 치아보험에 가입 후 보장만 받은 뒤 보험을 즉시 해지하는 가입자들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치과질환은 다른 질병에 비해 어느 정도 발생 여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필요에 의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에서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가장 심한 상품으로 치아보험을 꼽기도 합니다.

◆ 필수 체크항목은 `면책기간과 감액기간`

보험사 입장에선 예상되는 손해를 그대로 둘 순 없겠죠.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치아보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치아보험은 일반 건강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데다 여전히 수요층이 많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입자 유치` 차원에서 판매를 이어가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퍼주는 식으로 판매하진 않겠죠. 모럴해저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치아보험에는 여러 깐깐한 조건들이 붙습니다. 치아보험 가입 시 체크해야 할 첫 번째, 바로 `면책기간`과 `감액기간`입니다.

치아보험은 진단형과 비진단형으로 나뉘는데, 진단형은 말 그대로 보험사에서 치아 상태를 확인한 뒤 가입이 되는 보험입니다. 비진단형은 치료 이력 고지 등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치아보험에 가입한 후 당장 치과로 가서 진료를 시작한다? 불가능합니다. 치아보험은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면책기간이 있고, 또 치료시점에 따른 감액기간이 있습니다.

보험사별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보험에 가입 후 6개월간은 면책기간으로, 보험 보장을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습니다. 임플란트 등 고가의 치료비는 약 1년 후에 보장한다거나 이 전에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치료비의 50%만 보장하는 감액조건이 있습니다.

치료별로 보장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도 꼭 체크해야 합니다. 특히 일부 치아보험은 연간 보장개수 한도가 설정돼 있습니다.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보험료가 가장 싼 치아보험에 가입했다가 결국 보장개수 한도 제한으로 원하는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 1년 내 치과진료 받은 적 있다면? "가입 거절"

위 A씨의 사례처럼 이미 치과에서 충치 진단을 받은 뒤 치아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치아보험은 기본적으로 지난 5년 동안 치아우식증이나 치주질환으로 치료받은 경우 보장을 하지 않거나 가입을 아예 거절합니다.

최근 간편심사 형태로 출시된 치아보험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건이 덜 까다로운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최근 1년간 치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지, 틀니를 착용하고 있는 지 여부가 필수 고지대상입니다.

다만 치료 경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꼭 치아보험에 가입해야겠다는 분들은 `특정치아부담보` 특별약관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치료를 받은 특정치아를 제외한 나머지 치아에 대해서만 보장을 받는 가입 형태입니다.

★ 슬기로운 TIP

치아보험과 관련해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치아교정도 치아보험으로 가능한가요? 치아교정은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드는 고비용 치료에 해당하죠. 안타깝게도 치아교정은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에 해당된다고 보고, 치아보험에서 보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치아보험에 얼굴 부위별 특화보장을 신설한 상품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치아뿐만 아니라 턱관절장애 등 폭넓게 보장을 받고 싶다면 얼굴까지도 특화보장된 상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치과 진료가 불가피한 고령자가 가입할 수는 있을까요? 이 역시 최근에는 고령자,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치아보험도 등장한 만큼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고령자나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치아보험은 일반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는 점, 숙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