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기름값에 정유사 초호황…'횡재세' 도입하나

입력 2022-06-26 08:07   수정 2022-06-26 08:09


국내 석유회사들이 고유가 덕분에 `초호황`을 누리자 정치권에서 일명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으로, 각국에서 시행 중이거나 도입을 논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천100원선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 환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096770]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초강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1조6천491억원, 에쓰오일 1조3천320억원, GS칼텍스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 7천45억원으로, 4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4조7천66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조5천79억원이나 늘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재고 관련 이익이 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정제마진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비정상적인 이익을 낸 만큼 물가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초과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라는 것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횡재세의 논리다.

영국은 지난달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 석유와 가스업체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를 재원으로 삼아 가계에 150억파운드(약 2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초과이윤세는 일시적으로 적용되며 영국 석유·가스 요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미국 민주당도 이윤율이 10%를 넘어서는 석유회사에 대해 추가로 21%의 세금을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유사)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며 석유회사들이 누리는 고수익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정유사 횡재세 도입이 거론되자 정유 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초과이윤세 도입 시 모처럼 호실적을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정유업계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최근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 규모가 다소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거둬들인 영업이익 4조8천억원 중 약 40% 규모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으로, 앞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손실로 다시 반납해야 하므로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세계적인 석유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손실 보전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도 최근 발생한 일시적 고수익에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과이윤세가 도입될 경우 정유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석유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만, 기름값은 결국 국제유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어 역할이 한정적"이라며 "국내 횡재세 도입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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