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DB? DC?…'연금 부자' 없는 한국 [잠자는 연금을 깨워라!]

김종학 기자

입력 2022-07-04 19:20   수정 2022-07-04 19:21

    방치된 퇴직연금 바뀌나
    디폴트옵션 12일 시행


    <앵커>
    그동안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방치되다시피 했던 퇴직연금제도가 7월 12일부터 바뀝니다.

    원하는 상품 종류를 한 번만 선택해두면 알아서 월급을 모아 투자하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됩니다.

    디폴트옵션이 정말 시행되면 직장인 근로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퇴직연금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연속 보도로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그동안의 퇴직연금시장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상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배성재 기자입니다.

    <기자>
    디폴트옵션. 듣기만 해도 상당히 어렵고 생소한 단어죠. 디폴트옵션에 대해 이해하려면 먼저 내 퇴직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부터 알아합니다.

    퇴직연금은 운용 주체에 따라 DB형(확정급여)과 DC형(확정기여), 그리고 IRP(개인형퇴직연금)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건 바로 확정기여형, DC형입니다.

    DB형은 말 그대로 확정급여, 즉 회사가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정해두고 회사 내에 퇴직금을 쌓아두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퇴직금을 운용하다 손실이 나면 회사가 손실분을 메워야 하기에,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퇴직급여를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넣어줍니다. 받은 돈은 근로자가 마음대로 투자 가능합니다.

    보통 급여가 매년 물가보다 많이 오르는 직업이면 DB형을, 스스로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DC형을 선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DC형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개인이 DC형에 가입해도, 적극적인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동안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DC형 퇴직연금의 대부분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실적배당형보다는 안전한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일찍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미국이나 호주, 일본과 비교해 원리금보장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디폴트옵션은 자산운용사가 연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주는 제도.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돈이 굴러갑니다.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도입을 열어둔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상당히 낮은 상황.

    디폴트옵션 도입과 함께, DB형, 원리금보장형에 편중된 퇴직연금 투자 관행이 변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내용을 조금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죠.

    그러니까 `디폴트옵션`으로 관리 방법이라도 바꿔서 수익률을 높여보겠다. 이런 겁니까?

    <기자>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이 노후자금으로서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을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고, 세금까지 셈법이 복잡하다 보니까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두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퇴직연금 현황을 집계하고 있는데, 2017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94%에 불과합니다. 이렇다 보니 물가상승률 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성과가 좋지 못하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담당자들이 관행적으로 혹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예금,적금 등 원리금 투자 비중이 워낙 높은 데다가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자들이 유연하게 투자방식을 바꿀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가 진행한 설문에서 퇴직연금을 DC형으로 가입하고서도 직접 운용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전체의 27%로 집계됐습니다. 요즘처럼 하락할 때 상품을 방치하면 그대로 손실을 떠안는 셈이 되겠죠. 본인이 DB형인지, DC형인지 알지 못하는 가입자도 전체의 1/3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연금상품의 수익률이 낮더라 운용사에 다른 자산으로 바꿔보라든가 운용지시를 내릴 수 있는데, 대부분 이런 조치를 하지 않거든요. 이렇다 보니 지난해엔 시장 상황이 좋았음에도 앞서 보신 리포트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인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16년 만에 통과해 이달 12일에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는 겁니다.

    [김동엽 /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장]
    "장기간 이렇게 금리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건, 당장은 원금은 지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괜찮냐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운영 방법을 개선해줘야 하는데 근로자들에게 일일이 가서 `바꾸십시오` 하는 방법들도 있지만 그냥 기본값을 바꿔주는 게 디폴트 옵션이라고 보시면 돼요"

    우리는 이를 디폴트옵션이라고 부르지만, 퇴직연금 제도가 발달한 영국, 호주는 네스트, 마이슈퍼 등으로 가입자가 더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폴트옵션은 노후자금인 퇴직연금이 그동안 방치되다시피한 점이 문제이니까, 가입자인 직장인들 성향에 따라 미리 지정한 상품을 바꿔가며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모든 직장인, 근로자들이 다 디폴트옵션으로 바꿔야 하는 겁니까?

    <기자>
    디폴트 옵션은 이미 회사가 직업 운용해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DB형 가입자에겐 적용하지 않습니다.
    보통 DB형은 회사가 운용하다 보니 수익률은 고정되어 있고, 손실이 나더라도 원리금을 보장해주는 가장 보수적인 운용 방식이기 때문이죠.

    대신 퇴직연금을 근로자가 직접 관리해서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DC형이나 IRP 계좌인 경우에 자산을 굴릴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이란 자동 운용장치를 붙여두는 겁니다. DC형(26.2%)과 IRP(15.4%) 포함해 전체 가입자의 41% 정도가 이번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이 됩니다.

    이들 모두가 바로 디폴트옵션으로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7월 12일부터 제도가 바뀌더라도 DC형은 급여를 적립하는 방법에 대해 회사와 노조, 근로자 간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시점이 달라질 전망입니다.

    만일 1년 단위로 근로자가 관리할 수 있는 계좌에 넣어 운용하는 DC형을 디폴트옵션을 바꾸는 경우, 회사가 제도 변경을 안내하고 적용하기까지 대략 6주 정도 뒤에 실제 투자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리금을 보장하는 예적금 등의 만기가 돌아와 펀드로 갈아타기로 결정한 투자자라면 올 가을께에나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투자 성과는 내년 이후에나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DC형이 아니라 하더라도 DB형에서 직접 운용 방식으로 변경하는 경우, 혹은 이직이나 새로 입사를 해서 퇴직연금을 가입하려는 경우 등도 실제 이번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직장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정말 은퇴 시점에 수익률을 높여서 자산을 키울 수 있느냐일 겁니다.

    기존의 퇴직연금 제도보다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3%를 밑돌았고, 작년 수익률도 2%에 그쳤습니다.

    아무래도 원리금보장 상품을 반드시 편입하도록 해서 수익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1.35%, 펀드를 활용한 실적배당형만 집계한 결과 6.42%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디폴트옵션은 적립금의 30%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넣도록 하던 제한을 풀었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여력이 크다는 게 핵심입니다. 다만 수익률은 가입자의 성향, 상품에 따라 편차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가량 원리금보장상품인 예적금을 반드시 편입할 필요는 없지만 선택지에서 제외된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엔 시중금리 정도 수익에 그치겠죠.

    반면 주식, 채권 등으로 분산하거나, 생애주기에 맞춘 타깃데이티드펀드(TDF)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면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먼저 제도를 시행한 사례를 참고하자면 미국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8.6%, 호주는 7.7%의 수익률을 냈습니다. 심지어 한국처럼 원리금보장을 선호하는 일본도 10년 평균 5.5%로 같은 기간 2.7%(DC) 정도에 그친 우리보다 높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면서 호주 최대 퇴직연금 운용사 오스트레일리안슈퍼`(AuatralianSuper)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 손실을 기록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만, 운용업계와 연금 전문가들은 시장의 거품이 줄어든 지금이 장기간 투자를 이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김동엽 /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장]
    "원리금 보장상품만 만기가 있고 투자상품은 만기가 없잖아요.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은 원리금 보장상품의 만기 돌아올 때마다 계속 투자상품으로 이렇게 변경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상품의 비중들이 DC 내에서 늘어나면서 수익률이 될 개선의 여지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아요"

    고용노동부가 이번 제도 시행에 맞춰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상품은 펀드 유형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 펀드 4종입니다.

    운용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300조 퇴직연금의 10% 정도가 이들 펀드로 유입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난해에만 40% 정도 시장이 커진 타깃데이트 펀드가 시장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2030 혹은 4050세대 등 은퇴 시점에 따라 선택지가 정해져있는 TDF 펀드를 두고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산운용사 간, 판매를 맡은 은행-증권 등 금융사 간 경쟁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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