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1% 상승했습니다. 예상치인 8.8%보다도 높은 숫자가 나왔고, 전월비 물가상승률도 시장 컨센서스보다 높은 1.3%를 기록했습니다.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이라는 수식어가 오늘도 쓰이게 됐습니다.
CPI에 나타난 미국 물가상황, 맥락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한 달 새 11%가 넘게 뛴 휘발유 가격을 비롯해서 외식비도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요. 상품 분야 뿐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물가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습니다. 공급망 혼란 때문에 상품 부문에서 고물가 현상이 나타난 뒤에,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분야로까지 옮아가는 현상이 2분기 들어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쉽게 정리하면 지난해 연준의 장담과 달리 미국의 고물가는 올해 상반기까지도 잡히지 않았고, 물가 잡기도 더 까다로워지고 있구나,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가 흐름만 놓고 보면 월가 분석가들 가운데 핌코의 전 CEO이자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이 한 달 전에 예측한 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시에 6월 CPI 상승률이 9%를 넘고,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놓인 미국 경제가 침체로 흘러갈 거라고 진단했었죠. 그 때 예측과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연준이 6월 FOMC에서 50bp 인상을 할 것이라는 엘 에리언의 예상보다 더 긴축적인 금리 인상 경로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을 택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나온 CPI 데이터는 채권시장도 흔들었습니다. 2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해 연 3.2%를 넘어섰다 현재 연 3.17%선에서 움직이고 있고요 10년물 국채수익률도 동반 상승했지만 2년물보다는 낮은 연 3.056% 수준입니다. 경기 침체 신호인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근의 월가 흐름을 보면 I의 공포에서 R의 공포, 그러니까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쪽으로 시장 심리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생각해야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예상보다 높은 물가는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고요. 조금 더 길게 보면 연준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입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환경이 되어가는 거죠. 이게 좀 뼈아플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경기 침체를 뜻하는 단어, `recession`이 뉴스에 언급된 횟수가 지난 6월말 들어 하루 6천 건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팬데믹으로 실제 단기 경기 침체가 왔던 2020년 초반 이후 최다 수준입니다. 적어도 투자심리가 그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란 걸 방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프리마켓에서는 예상보다 좋지 않은 2분기 주당순이익을 발표한 델타 항공이 개장 전 7% 넘게 주가가 빠진 것을 비롯해 애플과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이 2~3%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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