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가 고통받고 있지만, 당분간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의 상승은 계속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 경제난 심화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WSJ이 집계하는 달러지수는 최근 20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고, 블룸버그 달러지수도 지난 14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로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 대비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일본 엔은 20세기 말 이후 최저치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말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미국과 유럽·일본 간 금리 차이를 노리는 자금이 달러로 더 몰려들 수도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는 달러의 추가 강세로 이어진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국내적으론 구매력을 높여주지만, 미국 내 다국적 기업은 이익 감소 압박을 받는다.
강한 달러는 특히 신흥국 증시에 악재다. 자본 유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해외 자금이 710억달러(약 93조5천억원) 빠져나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 지수(일본 제외)가 20%나 내렸다.
이 중 한국과 대만 등 기술주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우 채권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가 이들 증시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와 수요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취약해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월가는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연준이 물가 급등을 잡기 위해서 경제성장이 훼손되더라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달러 강세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례가 없는 달러 가치 상승-세계 경제 둔화라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세계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고 이는 세계 교역 둔화로 이어진다. 즉,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과거 달러 강세 시절엔 연준이 통화긴축을 멈추면 달러 강세도 중단됐지만, 현재는 극심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때문에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되돌릴 여지가 적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