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플레 올해 3분기 정점론과 재정준칙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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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1 07:24   수정 2022-08-01 07:24

세계 인플레 올해 3분기 정점론과 재정준칙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간 전망을 계기로 예측기관들의 올해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 수정 전망이 마무리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제봉쇄조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등과 같은 대형변수들이 유난히 많았던 만큼 종전의 전망과는 구별되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림 1> 美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추이 (자료: 블룸버그, 한국은행)



첫째, 오랜만에 시나리오 세계 경제 전망이 나왔다. IMF는 7월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4월에 지시했던 3.6%를 3.2%로 내려 잡는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관 시나리오를 발표하면 으레껏 나오는 낙관 시나리오는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변수는 예측(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나뉜다. 7월 전망처럼 시나리오 전망은 전자보다 후자가 많을 때 제시한다. 하반기 이후 예상되는 행태변수의 실체도 낙관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상반기 못지않게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경제권역별로는 신흥국 성장률을 선진국보다 덜 낮췄다는 점이다. IMF는 올해 성장률을 4월 전망대비 선진국은 0.8%포인트, 신흥국은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른 예측기관들도 비슷한 폭으로 조정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투자 관점에서 신흥국이 유망하다는 견해까지 내놓았다.

선진국대비 신흥국 성장률 하향 조정폭이 적다는 것은 하반기 이후에도 공급측 요인들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대부분 신흥국은 부존 자원국인 데다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진행되온 글로벌 추세에 따라 의식주와 관련된 주생산국이다. 20년 전 브릭스에 대비해 ‘뉴브릭스’가 떠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눈에 들어온다.

셋째, 국가별로는 경제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과의 성장경로가 확연하게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 4월 3.7%에서 2.3%로 무려 1.4%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1%를 Fed가 추정한 잠재성장률이 1.75%인 점을 감안하면 0.75% 포인트의 디플레 갭이 발생해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진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3.3%로 낮아지겠지만 내년에는 4.6%까지 회복돼 미국 경제와 정반대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0월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어 내년 성장률은 목표성장률인 5.5%를 도달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넷째, 인도 경제의 부상이다. 지난 4월에 비해 하향 조정됐지만 올해 성장률은 7.4%로 세계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이 인구에 이어 성장률까지 인도에게 추월당한다면 양국 간 국경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는 하반기 이후에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세계 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올해 상반기 대형변수들의 부담으로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유독 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국가가 있다. 지난 4월 -8.5%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러시아 성장률이 2.5%포인트 상향 조정된 ?6.0%로 제시됐다. 하향 조정폭이 가장 큰 국가가 미국인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경제제재 대결에서 승자를 ‘러시아’, 패자는 ‘미국’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다섯째, 세계 경제 최대 현안인 인플레는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꺾일 것으로 예상한 점은 각국 중앙은행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 9.1%를 계기로 인플레 정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공급측 인플레 요인의 개선속도가 빠르지 않아 세계 인플레가 코로나 사태 이전수준까지 회복하려면 2024년 말에 가서야 가능할 것으로 봤다.

세계 인플레가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안정된다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회의 이후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려왔던 Fed는 7월 회의 때 0.75%포인트 인상을 고비로 9월 회의에는 0.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1%로 낮아진다면 금리인상보다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까지 나온다.

여섯째, 지난해 10월 전망 이전까지 회원국에게 ‘재정폭주열차’가 되어줄 것을 주문했던 IMF가 7월 전망에서는 ‘재정준칙’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에 대비한 세계 총부채가 260%에 이를 만큼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인플레만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간 디폴트에 빠질 회원국들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부채 관리와 경기부양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으로 ‘페이 고’와 같은 제3의 정책을 제시했다. 페이 고란 재정지출 총량은 늘리지 않고 부양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경비 세목은 줄이고(pay) 부양효과가 큰 투자성 세목은 늘려(go) 경기를 회복시키는 방안을 말한다.

<그림 2> 美 금리인상 사이클과 경기선행지수 (자료: RBC, 한국은행)



IMF의 재정주문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20년 10월, 문재인 정부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한국형 재정준칙’을 발표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튜브에 등장해 재정준칙 개인 교습까지 해봤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여당과 야당이 모두 반대해 국회에 통과하기도 전에 사실상 자동 폐기됐다.

재정준칙을 뜬구름 없이 발표한 그 자체부터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슈퍼 예상 편성과 수시 추경 편성을 통한 재정지출로 국가채무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주무부서인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점을 들어 재정이 건전하다고 반박해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비상 국면에서 재정준칙을 발표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국 중앙은행(Fed), 유럽중앙은행(ECB), 심지어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재정 면에서 폭주 열차를 주문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재정지원이 끊기면 경제와 증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때가 아닌 만큼 재정준칙을 발표했다면 강도 있는 재정 건전화 의지를 담았어야 했다.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면 ‘무늬만 준칙’, ‘맹탕 준칙’이란 비판과 함께, 테크니컬 디폴트에 빠져있는 아르헨티나가 뒤늦게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해 ‘방만한 재정지출의 면피용이 아니냐’는 국민의 원성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서 ‘준칙(rule)’을 도입하는 것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이 때문에 첫째, 법적 근거는 가능한 최상위법에 둬야 하고 둘째, 관리기준은 엄격히 규정하고 적용해야 하며 셋째, 위반할 때에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통화론자와 구별)들이 주장하는 통화준칙의 경우 물가 목표치를 2%를 설정해 놓았을 경우 기준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상회하면 ‘금리 인상’, 밑돌면 ‘금리 인하’를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케인스언들이 주장하는 중앙은행의 자유 재량적 여지를 배제시켰다.

홍남기팀의 한국형 재정준칙은 첫 번째 법적 근거 요건부터 법률체계 상 하위에 속하는 ‘시행령’에 뒀다. 당시 기재부는 시행령도 법률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반박했지만 재정준칙을 도입한 170개국 중 70%가 넘는 국가가 지금도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나머지 국가도 ‘정치적 협약’이나 ‘정당 간 합의’에 두고 있어 우리와 대조적이었다.

두 번째 요건인 관리기준도 ‘and’와 ‘or’ 중 어느 것이 더 엄격한 것인지 따져봤어야 했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 통합 재정수지 적자비율이 3% 이내로 하되 어느 한 기준이 초과하더라도 다른 기준이 밑돌면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었다. 오히려 두 기준 중 어느 하나라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엄격성’에 부합된다.

세 번째 이행요건에서도 재정의 하방 경직성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당장 이행해야 하는 ‘시급성’이 따라야 하지만 한국형 재정준칙은 2025년에 가서야 적용한다고 해 현 정부는 ‘많이 써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예외’를 많이 두면 ‘준칙’이란 용어가 무색케 된다.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 제재수단도 안 보였다.

금융위기 이후 ‘준칙’과 같은 법과 종전의 배웠던 이론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뉴 노멀과 뉴 애브노멀 시대에서는 재정준칙보다 현대통화론자(MMT)의 주장이 중하위 계층일수록 더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빚내서 더 쓰자”로 상징되는 현대통화이론은 엄격히 따지면 현대재정이론이다. 한국형 재정준칙이 발표됐을 당시 각국 중앙은행은 무제한 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같은 선상에서 재정정책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빚내서 더 쓰겠다’고 솔직하게 호소하는 것이 국민에게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홍남기팀이 남겨놓은 재정부담을 안고 추경호팀이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세계 3대 평가사가 한국의 국가채무 위험성을 일제히 경고한 상황에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준칙이 가져야 할 3대 원칙도 지키려는 의지가 역력히 배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IMF의 재정주문은 그 어느 회원국보다 우리가 참고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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