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빚 최대 90% 탕감 과도"…은행권도 난색

입력 2022-08-0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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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 조정 방안인 새출발기금에 대해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금융기관의 손실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주요 시중은행 여신 실무자들은 은행연합회에 모여 정부와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보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실행 계획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나눴다.

정부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 대출자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줄 계획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채무조정 대상은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이다.

채무 조정의 핵심은 기존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면서 대출금리를 연 3∼5%로 낮춰주고, 특히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 차주`의 원금 가운데 60∼90%를 아예 감면해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조정 프로그램 안에 따르면 캠코 매각 채권(무담보)에 대한 원금감면 비율이 60∼90%인데, 과도한 원금감면은 부실 차주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유자산, 채무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해 원금감면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다음 주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채무조정 대상자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 일차적으로 신복위 프로그램을 활용해 채무조정을 하고, 금융회사가 신복위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새출발기금이 해당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으로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자`가 제시됐다. 열흘만 대출금 상환이 밀려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돼 연체이자를 감면받고 금리도 연 3∼5%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조정 대상자 연체일 기준을 `10일 이상`으로 하면, 고의로 상환을 미뤄 채무조정을 신청할 리스크(위험)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요주의 대상 차주 요건과 동일하게 `30일 이상 90일 미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새출발기금 이용정보 기록을 바탕으로 신규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부실 차주`(연체 90일 이상 대출금 보유 차주)와 달리 `부실 우려 차주`의 경우 은행 간 정보 공유까지 불가능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은행들은 새출발기금 운용기관 캠코에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기준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 운영 대상 차주의 채권을 캠코 외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청 기간이 3년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3년간 매각이 어렵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캠코의 채권 매입 가격이 현재 채권가격의 최대 35%로 책정된 것으로 안다"며 "담보대출의 경우 경매나 사후관리를 통해 60% 이상 회수할 수 있는데도, 캠코에 헐값에 팔아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캠코에서 정한 매각가격에 금융회사가 `부동의`할 수 있는 절차를 두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채권가격을 산정할 때 은행이 쌓아 놓은 충당금을 차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이 1억원 대출에 대해 부실 우려로 충당금을 7천만원 쌓아뒀다면, 채권 매각 가격은 3천만원이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유 등에 따라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금융회사는 매각가격을 산정할 때 오히려 불리하다"며 "가격 산정방식을 합리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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