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공식 출범함에 따라 이준석 대표도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보수정당 최초의 `0선 30대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이 전 대표는 취임 431일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상임전국위 비대위원 추인 결과를 발표하며 "이 시각 이후 과거의 최고위는 해산됐다"며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의 권한과 직위를 갖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을 직격한 이 전 대표는 앞으로 더욱 거센 여론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부터 매일 라디오 방송과 저녁 뉴스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 수행에 대한 재신임을 받자 페이스북에 즉각 글을 올려 "내부총질 문자와 체리따봉 받은 걸 노출시켜서 지지율 떨어지고, 당의 비상상황을 선언한 당대표 직무대행이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는 아이러니"라고 일갈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에도 이 전 대표의 장외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2030 당원 배가 운동 등을 통해 명예회복을 위한 명분을 쌓으며 훗날을 도모할 기반을 구축한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온라인 당원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의 `당내 투쟁`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30대 당수`의 퇴장은 `청년정치`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대남(20대 남성)`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는 한편 호남을 향한 서진(西進)정책을 통해 보수정당의 외연 확대에 기여한 공(功)도 분명하지만, 과(過) 역시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부터 당내 인사들과 갈등을 벌이며 지방 잠행과 선대위 사퇴 등으로 당을 격랑 속에 빠뜨렸다. 대선 이후 성별 `갈라치기`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를 둘러싼 당 안팎의 시선도 엇갈린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가 `양두구육(羊頭狗肉)`까지 꺼내 들며 강공에 나서자 연일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5선 중진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도의와 금도를 넘어선 회견"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당한 김정재 의원도 이날 YTN에 출연해 "찬란했던 청년 정치의 막이 내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 회견에 대해서도 "사안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하나의 작전인 것 같다"며 "이걸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서 당내를 분탕질하는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다만 이 전 대표의 대표적 지지층인 `이대남`들 사이에서는 "기성 정치가 또 다시 청년 정치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준석계 의원들도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김웅 의원)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김병욱 의원)라고 그를 옹호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전 대표가 가진 `청년 정치`의 상징성을 고리로 여권의 내분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청년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떤 당은 당대표를 젊은 분으로 써서 잘 이용해먹고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한다"고 비꼬았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