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의 아버지' 번스타인 "서학개미, 네 가지 경고 기억해야"

신인규 기자

입력 2022-08-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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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한국경제TV는 뉴욕 현지에서 미국의 금융이론가이자 이피션트 프론티어의 설립자인 윌리엄 번스타인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번스타인은 ‘투자의 네 기둥’과 같은 유명 저서들은 국내에도 소개가 되어 있으며, `개미 투자자들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와 함께 비이성적으로 보일 만큼 흔들려온 시장, 앞으로의 방향성과 미국 시장의 투자 심리를 파악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인터뷰는 한국경제TV와 유튜브 채널 한경 글로벌마켓 라운지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신인규 기자(이하 기자) : 신경과 전문의로 커리어를 시작하셨다가 투자자 겸 작가로 전환하셨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윌리엄 번스타인 / 이피션트 프론티어 설립자(이하 번스타인) :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나라에는 사회 복지 체계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위해 저축해야 했고 처음에는 은퇴 자금을 위한 투자로써 접근했습니다. 과학 교육을 받은 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방식으로 접근했죠. 금융 관련 서적들을 읽고 자료를 수집해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 때가 1990년대 초중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투자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으며 특히 소규모 투자자 중에서는 드물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나니 소액 투자자들뿐 아니라 전문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투자 모델과 관련 정보를 당시 한창 발전 중이던 ‘인터넷’이라는 곳에 공유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때는 1990년대 초반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기자들이 연락해 오기 시작했고,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금융과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출간하게 된 것이죠.
[기자 : 아시겠지만 번스타인 씨의 저서들은 한글로도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책 제목에 관한 질문인데요. ‘사람들은 왜 집단으로 미치는가?’라고 지으셨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유념할 것은 무엇인가요?]

[번스타인 : 인간 본성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실 모방하는 유인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모방할까요? 인류가 신세계인 서반구로 이주한 과정을 생각해보죠. 조상들이 이주하는 데까지 약 5천 년에서 8천 년이 걸렸습니다. 베링 해협을 건너, 툰드라의 황무지를 통과해, 북극, 미국 대평원, 남미 전역과 티에라 델 푸에고의 끝까지 퍼져나갔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카약을 만들고, 들소를 사냥하고, 독침을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실행하기 어려운 일들이죠.
결국 진화는 모방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종을 선택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이런 능력들을 지녔던 게 아니니까요. 대자연은 그런 능력들을 선택한 게 아니라 모방하는 능력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모방 능력은 자연에서는 득이 되나, 안타깝게도 금융 분야에서 독이 됩니다.
인간은 다른 이들을 모방하도록 태어났지만, 남이 하는 대로 투자한다면 크게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집단으로 미치는 이유도 서로를 모방하기 때문이죠. 이는 함정을 피할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내 주변에서 사는 주식과 펀드를 똑같이 매수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입니다. 해당 자산을 쫓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들이 원치 않거나 꺼리는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모두가 기술주에 투자하고 있다면 피하는 게 나을 겁니다. 다들 암호화폐에 투자한다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아마 정말 궁금하신 내용은 거품을 식별하는 방법이겠죠. 앞서 힌트를 하나 드렸는데, 모두가 하는 투자를 따라가지 말라는 거였죠.
만일 모임에 갈 때마다 언급되는 특정 기술주나 암호화폐가 있다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택시나 공유 차량에 탔는데 운전기사가 자신의 암호화폐 투자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이는 경고 신호입니다. 거품의 두 번째 징후는 이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금융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투자에 뛰어들 때죠. 현재는 암호화폐가 그렇고, 15년 전에는 부동산이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랬죠. 이는 경고 신호입니다.
세 번째 경고 신호는 더 미묘하고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면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화를 냅니다. 암호화폐는 좋은 투자처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면 즉시 흥분해 반격하죠. 손쉬운 부를 얻을 길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부자가 되지 못할 거라는 말은 듣기 싫어합니다. 사실 큰돈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큰데도 말이죠.
네 번째 징후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예측을 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비트코인이 2만 5000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오르는 게 아니라 백만 달러에도 이르리라는 예측이요. 이런 극단적인 예측도 경고 신호라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밈 주식도 위험하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그렇습니까?]

[번스타인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죽어가는 회사들이거든요. `합리적 투자자`들은 게임스탑 뿐만 아니라 AMC, 블랙베리처럼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을 찾아 전부 공매도했습니다. 쇼트 포지션을 쌓아놓은 이들이 결국 숏스퀴즈의 표적이 됐죠. 아마 시청자들 대부분이 아시는 내용일 겁니다. 공매도가 너무 많이 몰리면 강제 매수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게임스탑뿐만 아니라 실적이 나빠 공매도가 몰렸던 여러 기업 역시 숏스퀴즈의 표적이 됐습니다. 주로 로빈 후드와 월스트리트 베츠와 같은 크라우드 소싱 매커니즘을 통해 벌어졌죠. 하지만 이것도 계속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기자 : 그 답변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비슷한 질문을 더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시장 바닥을 판별하는 방법이 궁금하고요, 나아가 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돈을 잃지 않도록 귀중한 조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번스타인 : 투자할 때 알아야 할 점은 위험 자산 투자는 큰돈을 잃을 때가 가끔 있다는 것입니다. 위험 자산은 수익률이 가장 높고, 이는 주식도 마찬가지며 때때로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이게 언제일지 예측할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기억할 중요 포인트는 장기 투자의 수익은 최악의 2~3%의 시기에 얼마나 잘 대응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겁니다.
포트폴리오가 반 토막이 되거나, 수억 원씩 떨어졌을 때, 낙심하지 않아야 합니다. 계속 보유하고 위험 자산을 더 사들여야 합니다. 확실한 것은 지금과 한참 후에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다를 거라는 겁니다. 다들 바닥에서 사겠다고 하지만 막상 때가 되면 너무 끔찍한 나머지 아무도 사지 못하죠.]
[기자 :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 질문드리겠습니다. 한국인들은 미국 기술주와 개별 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습니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지수 펀드와는 거리가 멀고 고위험 투자를 좋아하는데요. 한국 투자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번스타인 : 전 세계 주식 시장 대부분을 볼 때 장기적으로는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낫다는 걸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다들 성장주를 더 좋아하니까요. 모두가 애플, 인텔, 텐센트에 대해 잘 알고 있죠. 한국에서 인기 있는 성장주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뉴스에서 언급됩니다. 하지만 가격 폭등으로 비교적 낮은 수익에 엄청난 돈을 내고 매수하는 상황이 됐죠.
장기적으로는 광범위 지수 추종 상품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기억할 핵심은 당신이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그 반대편에는 누군가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편에 있는 그 사람은 애플이 훌륭한 회사라는 걸 모르는 바보는 아닐 겁니다. IQ가 160이고 일주일에 80시간씩 일하며, 수치를 계산하고, 자료를 살펴본 후, 애플이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하고 매도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게임에서 당신은 약자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제가 즐겨 사용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테니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마치 보이지 않는 상대와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 네트 반대편에 세리나 윌리엄스가 있다는 걸 모르는 상황과 같죠.]

[기자 : 답변 감사드립니다. 투자 자세나 심리에 관한 주제를 더 좋아하시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혹시 미국 시장에서 주식 관련 관심 리스트나 주제가 있으신지,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번스타인 : 1~2년 전만 해도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모든 투자자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죠. 사람들은 이제 막 깨닫기 시작했고요. 미국은 30~40년 전에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을 겪었으며 이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채권 만기 기간을 짧게 유지하며 장기 채권은 사지 않습니다. 금리 상승 시에는 성과가 좋지 않으니까요. 대신 가치주에 투자합니다. 가치주는 현금 흐름이 좋아 이자율이 상승할 때도 타격을 적게 받습니다. 또한 원자재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습니다. 1~2년 전만 해도 석유 기업이나 금 관련 기업 주가는 헐값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다들 원자재 가격 오르지 않을 거로 생각했으니까요. 밀짚모자는 1월에 사야지, 7월에 사면 안 됩니다.]

[기자 : 감사합니다. 비슷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책에 쓰신 바를 인용하면 ‘과거 시장에서의 좋은 예를 통해 오늘날 반복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요. 최근 주식 시장이 2008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번스타인 : 2008년 미국 주식 시장은 50%가량 하락했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 외 지역에서는 더 큰 손실을 겪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 주식 시장은 1990년대 후반, 특수 상황으로 인한 하락장을 경험했죠. 모든 투자자가 유념해야 할 것은 주식은 1~2년에 한 번 10% 손실을 겪으며, 약 3~4년에 한 번은 20~25%정도 하락한다는 겁니다.
약 10~20년에 한 번은 가치의 절반이 하락합니다. 일부 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폭락을 겪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은 1929년에서 1932년 사이, 주가가 9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럴 때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전 자산과 국채 투자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실적 좋고 가치 있는 자산군이기도 합니다. 시기가 좋지 않을 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나머지 포트폴리오도 계속 보유할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포트폴리오의 100%가 주식에 있는데 주가가 60% 하락한다면 공포에 질려 매도하게 될 것입니다. 국채에 큰 비중을 실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운용 중이라면 마음도 편하고, 자산 일부를 활용해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죠. 주식에 과잉 투자해 집을 내놓은 이웃의 아파트를 사는 것도 가능합니다.]
[기자 : 투자 관리 기업인 이피션트 프론티어 어드바이저의 설립자로도 알려져 계시는데 최근 시장에 대한 기업 전략이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유사합니다. 가치주에 투자 중이며, 매우 광범위하게 분산돼 있습니다. 전 세계 수만 개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원자재 생산 기업들도 소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만기가 아주 짧은 채권에만 투자합니다. 지난 10~15년 전부터 2년 전까지만 해도 성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죠. 하지만 지난 1년간은 회사와 고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반은 수학이자 분석이지만 나머지 반은 셰익스피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즉, 감정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감정을 주제로 한 작품을 썼거든요.

이 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학도 잘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죠. 시장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 위험이 아니라 거울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는 얼굴입니다.]

[기자 : 암호화폐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잠시 언급하셨는데 다시 여쭤볼게요. 과거 인터뷰를 보니까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하셨던 것 같았는데요. 암호화폐 투자가 과거의 튤립 투기와 비슷하다고 보시나요?]

[번스타인 : 저는 그렇다고 보고 있습니다. 매우 복잡한 문제이고 예측하기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제가 틀릴 가능성도 크지만, 굳이 골라야 한다면 암호화폐 투자에는 회의적인 쪽입니다. 투자자들이 기억할 것은 암호화폐는 두 단어를 합쳐 만든 혼성어라는 것입니다. ‘암호’와 ‘화폐’가 합쳐진 단어죠. 두 단어 중 더 중요한 것은 화폐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달러, 엔, 유로, 위안화에 투자하지 않겠죠.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기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통화이며, 게다가 안정적인 통화도 아닙니다.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통화에 투자할 이유가 없죠. 통화에 투자하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보다 더 어리석은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매수해갈 거라 믿는 경우입니다. 결코 좋은 투자 전략이 아니죠. 이를 ‘더 멍청한 바보 이론’이라 부릅니다.]

[기자 : 달러에 대한 전망도 궁금합니다. 달러가 계속 강세를 보일까요, 아니면 현재 추세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번스타인 : 저는 빅맥 지수를 매우 신임합니다. 빅맥 햄버거 가격이 뉴욕 대비 서울, 파리 등지에서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지수죠. 현재로서는 서울, 파리, 시드니, 싱가포르보다 뉴욕에서 더 저렴하게 빅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미국 달러는 고평가고 다른 모든 통화는 저평가된 상황이라는 뜻이죠. 통화가 정점에 도달하면 다들 추가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게 정점을 찍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몇 주 후에 유럽에 갈 예정인데 정말 기다려지네요. (웃음) 미국 달러가 이렇게 오른 게 오랜만이라서요. 이런 일반적인 징후들을 보아 미국 달러가 고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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