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20%, 어려움 처해도 "도와주지 마세요"

입력 2022-08-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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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신청주의`에 바탕한 복지 체계의 사각지대가 부각된 가운데, 국내 성인의 약 20%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주변의 도움을 원치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존 복지 정책이나 연구를 통해 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적 체계는 잡혀있지만, 정작 수요자의 의사·의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취약계층을 더욱 정교하게 분석·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세정·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사회배제를 주제로 한 이전 연구를 추가 분석한 `사회배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제하의 보고서에서 "제도적 지원은 신청주의 기반이라 당사자가 도움을 원하지 않으면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만 19세 이상 성인 1만558명 중 50대까지 8천185명 표본을 ▲ 도움받을 곳도 있고 도움받을 의사도 있는 `비배제 집단` ▲ 도움받을 곳은 있지만 도움을 원하지 않는 `자발적 배제 집단` ▲ 도움받을 곳은 없지만 도움을 원하는 `비자발적 배제 집단` ▲ 도움받을 곳도 없고 도움도 원하지 않는 `고립집단` 등 4개 집단으로 범주화했다.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를 기준으로 응답자를 나눠보면 비배제 집단은 65.58%, 자발적 배제 집단은 8.61%, 비자발적 배제 집단 12.74%, 고립집단은 13.07%이었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비배제 집단은 72.05%, 자발적 배제 집단 8.32%, 비자발적 배제 집단 7.86%, 고립 집단 11.78%로 분포했다.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받을 곳이 있어도 원치 않는 자발적 배제집단이 8% 안팎, 도움받을 곳도 없고 도움을 원치도 않는 고립집단이 12% 안팎으로 성인 20% 정도는 본인이 외부 도움을 받으려는 의사가 없는 셈이다.
이러한 집단 구분에서 소득, 학력 등과 비례하는 계급적 경향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부나 사회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도움을 원치 않는 집단은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소득격차 감소에 대한 정부 책임에 대한 동의 수준이 도움을 원하는 집단보다 낮았다. 사회 참여 의사도 도움을 원치 않는 집단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보고서는 기존의 사회배제 관련 연구나 정책은 도움이 필요한 집단이 누구인지에 초점을 맞추느라, 당사자가 도움을 받을 의사가 있는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움받을 곳도 없고 도움을 원하지도 않는 `고립집단`은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가족 살해 후 자살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고립이 더욱 심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도움을 받을 곳은 있지만 원하지 않는 `자발적 배제 집단`은 연대·관계에 대해 부정적이고 개인주의와 냉소주의 성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보고서에서 다룬 설문 조사는 60세 이상은 대면조사, 60세 미만은 웹 조사로 진행됐는데 60세 이상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면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이 최종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보고서는 "60세 이상이 분석에서 빠진 것이 한계로, 1인 가구 중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을 포함하면 고립집단은 더 커질 것"이라며 "도움을 거부하는 이들이 왜 그러한지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추가적이고 심층적 연구를 통해 정책 수요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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