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2017년 전산 장애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에게 1인당 최대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6부(차문호 이양희 김경애 부장판사)는 투자자 190명이 빗썸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가운데 132명에게 총 2억5천138만8천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저 배상액은 8천원, 최대는 800만원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가상화폐가 급격히 하락하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음에도 전산장애로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도 주문을 할 수 없었다는 초조감과 상실감을 겪게 됐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입게 된 정신적 충격에 대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DB 서버 과부하로 전산장애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거나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면서 "피고는 서비스 이용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판단했다.
빗썸에 통신 설비 확충과 점검, 시스템과 서버의 주기적 관리, 서버 용량 확보 등 사이트의 원활한 운영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빗썸 측은 당시 거래량이 짧은 시간에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뿐, 평소 주의의무는 충실히 수행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술적 시도가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부담이나 비용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인 피고가 책임져야 하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회원들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했다.
빗썸은 2017년 11월 12일 평소 10만 건 안팎이던 시간당 주문량이 20만 건 이상으로 치솟아 거래 장애 발생 비율이 50%를 넘어서자 회원들에게 전산 장애가 생겼다고 공지했다.
이후 서버 점검과 메모리 리셋, 유입 트래픽 제어 등 조치를 거쳐 약 1시간 30분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거래가 중단된 시간 동안 비트코인캐시(BCH)와 이더리움 클래식(ETC)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해 시세 차이만큼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회사 측이 전산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정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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