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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방울 안 마신 지방간'…5년 사이 2배 급증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김수진 기자

입력 2022-09-03 06:00   수정 2022-09-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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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 피질(노란색)보다 간실질(붉은색)이 밝게 보이는 지방간 모습.


40대 직장인 A씨는 누가 봐도 말랐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뱃살` 때문에 A씨는 고민이다.

겉으로 보기엔 티가 나지 않아 다이어트를 미루던 A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의사에게 `지방간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배에는 살이 쪘지만, 평소 술을 마시지 않아 간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A씨에게 "술 한 방울 안마셔도 지방간은 생긴다"며 "한 번 생긴 지방간은 없어지기 힘든데 방치하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으니 빨리 관리해라"고 설명했다.

●5년 사이 환자 2배 `껑충`…2040 환자 많아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긴다. 원인은 과체중, 비만(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등과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해 살이 찌면서 간에서 지방을 저장해, `살찐 간`이 된 상황이다. 이러한 지방간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 한다. 간혹 특정 약물 복용으로 생기기도 한다.

최근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283,038명이던 환자 수는 2021년 405,950명으로 5년 사이 약 43% 증가했다. 60대 이상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크게 증가했으며(51~109% 증가), 여성은 40대보다 20~30대가, 남성은 50대보다 20~40대 증가율이 눈에 띄었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진료현장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늘어나는건 체감이 된다"며 "환자가 늘어나다보니 간경변·간암같은 중증으로 가는 사람도 늘어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방간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컸다. 그러나 최근 자료를 살펴보면 간세포암의 약 10%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원인이며, 드물지만 간경변 진행 없이 바로 간암으로 가는 환자도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 잘 안 없어지는 지방간…`습관` 때문

의료진들은 흔히 "지방간은 한 번 생기면 없애기 힘들다"고 말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가장 좋은 지방간 치료법은 체중 감량이다. 살이 쪄서 생긴 질환이라, 살을 빼면 해결된다. 체중의 10%를 3~6개월에 걸쳐 서서히 빼는게 바람직하다. 한 번 생기면 없애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체중 감량이 어려워서다.

신현필 교수는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는게 가장 좋으며, 식습관 자체가 나쁘게 굳어진 환자가 많기 때문에 본인의 식습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20~40대는 튀김류·탄산음료·인스턴트 식품을, 중년 이상은 면·빵·떡 등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부터 고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방간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상태가 심하다면 비만·당뇨병 치료제인 GLP-1 유사체 약물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질환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

●혈액검사, 간수치 정상이라도 의심해야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혈액검사만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신현필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ALT, AST 같은 간수치가 정상이니 지방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수치에 문제가 있는 환자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간수치는 정상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비만·당뇨병 등이 있는데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초음파나 간 섬유화 스캔검사 등을 함께 받아보는 게 좋다. 해당 검사들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병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곳이 많으니, 자신의 상태가 의심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검사 받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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