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여객기 기체 이상으로 필리핀에서 긴급 회항한 제주항공이 승객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이미경 판사는 승객 46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주항공이 원고들에게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되 일부 원고는 이미 10만원을 받은 점을 고려해 이들에겐 40만원만 지급하도록 했다. 제주항공이 지급할 배상액은 총 2천250만원이다.
제주항공 여객기(7C4604)는 2019년 6월 12일 오전 3시 30분께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가 30분 만에 지상스포일러 잠금장치 센서 결함으로 경고등과 경고음이 작동해 긴급 회항했다.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은 승객들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조치했고 클라크 공항에 착륙한 후에도 기압 차이로 고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승객들을 20분가량 기내에 대기시켰다.
승객들은 종전 운행 시간보다 각각 15시간 또는 24시간 늦은 시점에 운행되는 다른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일부 승객은 제주항공에서 1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여객기의 지상스포일러 잠금장치 센서 결함으로 경고등과 경고음이 작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기장이 외장설정 이상 여부를 검토하지 않은 채 여압계통 이상 상황의 절차만 수행하고 강제손잡이를 당겨 속도를 높이는 등 운항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고들은 급강하로 고막이 손상되는 등 신체적 상해를 입고 출발시간이 15시간 또는 24시간 지연돼 경제적 손해를 봤다며 1인당 1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운송인은 승객·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비춰볼 때 제주항공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제주항공은 "운송 지연으로 인한 승객들의 손해를 막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 했다"며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장이 경고음 발생 원인을 여압장치 문제로 오인해 비상 강하와 회항을 결정했으나 이 경우 외장설정 이상 여부를 검토해 절차를 취했어야 한다"며 "비행기 정비에 대한 책임이 피고에게 있고 센서 결함도 정비·점검 과정에서 발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긴급 회항으로 승객들이 신체적 상처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청구액의 절반만 배상금으로 인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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