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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대물림 막아주는 신용보험을 아십니까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2-09-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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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사고 시 대출금 상환
해외는 활성화…국내는 단 두곳 판매
"신용보험 상품 개선·규제완화 등 필요"


만약 큰 사고가 나서 내가 병원에 누워만 있게 되면…내 남은 대출금은 누가 갚아주지?

최근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비대면·디지털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따라 금융상품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최근에는 급증하는 금리 부담을 덜 수 있는 `신용보험`이 업계의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신용보험,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지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대출 대신 갚아주는 보험

신용보험이란 무엇일까요? 아직 국내에는 신용보험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한 글로벌 보험사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신용보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설문을 실시했는데, 절반이 넘는 55%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신용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보험을 의미합니다. 보장항목에 따라 다르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에는 실업 또는 상해사고가 포함되기도 하고, 사망했을 때 대출금을 갚아주는 신용생명보험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금리 인상 여파까지 겹치면서 가계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자, 대출 미상환이나 `빚 대물림` 문제를 예방해주는 신용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용보험의 긍정적인 효과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가입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빚 대물림을 방지할 수 있고, 은행 등 대출기관은 대출금 회수에 대한 비용이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신규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나 소비자 금융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최대 30년·최고 10억 원까지 가입 가능

현재 국내에서는 외국계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등 단 2곳만 현재 신용보험을 판매 중입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 신용보험의 경우 보장기간은 대출기간과 만기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보험가입 금액은 채무액 한도 내에서 1,000만 원과 3,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에서 선택할 수 있고, 최대 10억 원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도 있습니다.

보험료 역시 가입연령과 가입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1만 원 미만대부터 3~4만 원대까지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예기치 못 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망했을 때, 자녀들에게 대물림될 수 있는 채무를 보험사가 대신 갚아주는 형태입니다.

최근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은 모든 채무를 갚아주진 않지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사망 또는 50% 이상 후유장해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 할부금을 특약 조건에 따라 대신 상환해주는 유사한 개념의 대출상환보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판매규제·금융사 소극적 대응으로 비활성화

상당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신용보험, 그런데 왜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에선 이미 신용보험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규제`가 발목을 잡습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판매규제가 신용보험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출 미상환 위험을 방지하는 보험인 만큼 금융사에서 대출과 연계해 신용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이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우려가 있습니다. 일명 `꺾기`로 불리는 행위입니다.

또한 은행이 보험료를 부담해 가입시킨다 해도 보험료가 대출금리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될 경우 이 역시 불공정영업행위로 간주될 수 있고, 대출고객이 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은행은 신용위험이 감소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으로 고객에게 대출금리 인하나 한도 확대 등 혜택을 제공해도 보험업법에서 금지하는 `특별이익제공`으로 해석될 우려도 있습니다.

게다가 신용보험은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소액이라 은행이 받을 수 있는 모집수수료가 적은 만큼, 수수료는 적지만 그에 따른 민원 발생이나 규제 위반에 대한 우려가 높아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신용보험 가입으로 인한 은행의 대출회수 비용절감 효과 역시 아직까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른 생명보험과 차별화될 수 있도록 신용보험 상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망이나 특정 질병 진단에 한정된 보장은 기존 정기보험과도 차별성이 없는 만큼, 대출 상환 스케쥴에 적합한 보장금액 설정과 보장범위 확대 등 상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 슬기로운 TIP

신용보험은 개인회생이나 파산처럼 대출상환이 어려워지면 무조건 빚을 갚아줄까요? 아닙니다. 보험가입 시 약정한 `보험사고 발생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돼 대출금 상환이 이뤄지니 약정할 때 보험사고 내역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망했을 때 대출금을 보험사가 대신 상환해주는 상품인 만큼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사망에 대해 무조건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 사고` 또는 `가입 2년 이내 자살할 경우`는 보험금 지급이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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