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 세계 많은 투자자에게 성공을 안겨준 `저가매수`(buy the dip) 전략이 올해는 거의 통하지 않고 있다.
뉴욕증시가 급락한 직후에도 반등 없이 추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싼 줄 알고`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개미)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하루 1% 이상 급락한 바로 다음 주에도 평균 1.2% 추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S&P 500 지수의 급락 후 추가 하락 폭은 지난 1931년 이후 91년 만에 가장 크다.
올해 들어 주가가 반등하는 날이 드물고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리다 보니 저가매수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봄 증시 폭락 후 저가매수로 재미를 본 상당수 투자자들에게는 당혹스러운 경험일 수밖에 없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성 있는 지수로 여겨지는 S&P 500은 올해 들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한 이후 23%가량 급락,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연준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지난주에는 S&P 500을 포함한 3대 지수가 모두 4% 이상의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개미들이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저가매수 전략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욕증시가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 급락한 9월 13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많은 20억 달러 이상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ETF와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내기보다는 더 많은 돈을 넣고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 결과 올해 미국의 펀드들에는 89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그러나 이러한 개미들의 전략은 아직 손실 규모만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유명 투자자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아크이노베이션 ETF(ARKK)에는 연준 금리 결정이 이뤄진 지난 21일 1억9천700만달러가 유입됐다.
올해 들어 60% 폭락한 이 펀드를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몰렸지만, 다음날 ARKK는 4.3% 급락했다.
금리인상의 여파로 초우량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급증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것도 투자자들의 계산법을 바꾸는 원인 중 하나라고 WSJ은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뉴욕증시의 미래를 더욱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20세기 이후 약세장들의 사례에 비춰 S&P 500 지수가 다음달 3,0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는 22일 보고서에서 연말 S&P 500 지수가 3,60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전망치는 종전 4,300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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