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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채 매입에 증시 '환호'…월가 "효과는 일시적" [GO WEST]

이지효 기자

입력 2022-09-29 18:59   수정 2022-09-29 18:59

    <앵커>

    글로벌 경제와 증시, 기업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GO WEST` 시간입니다.

    글로벌콘텐츠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뉴욕 증시도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죠?

    <기자>

    네. 우리 시장도 장 마감 직전에 상승폭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미국 증시가 상승했던 영향을 받아 오르는 모습을 보였죠.

    간밤에 미국 시장을 움직였던 것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영국이었는데요.

    월가 전문가의 분석을 먼저 듣고 오시죠.

    [지투 샤르마 / 알파스퓨처 설립자: 우리는 오늘 금융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영란은행의 큰 개입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중앙은행이 큰 재정적 혼란이나 붕괴가 있을 경우에 개입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것이 오늘 시장을 지지했습니다.]

    해석해 보면 영국 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을 선택한 영향이었다, 이런 건데요.

    영란은행(BOE)는 이날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해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루에 50억 파운드씩 최대 650억 파운드, 우리 돈 약 100조원 규모입니다.

    여기에 다음주부터 금융 위기 이후 사들였던 국채를 처분하려던,

    양적긴축(QT)도 10월 말로 약 한 달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유가 뭡니까?

    <기자>

    영국 정부가 지난주 450억 파운드, 약 69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는데,

    재정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영국 국채 투매 현상이 벌어졌고, 파운드화 가치는 한때 역대 최저치로 폭락했습니다.

    이렇게 금융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리자

    국채를 매입해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태도로 180도 전환한 것이죠.

    BOE 발표 이후에 영국 파운드화가 안정되자

    전날만 해도 4%를 넘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707%로 마감했죠.

    그러면서 미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였던 겁니다.

    <앵커>

    이런 증시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지도 궁금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한고비는 넘겼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번 조치가 말 그대로 `고육지책`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 CPI 상승률은 9.9% 입니다.

    미국이 8.3%, 유로존이 9.1%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 더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이죠.

    이런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앞뒤가 맞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BOE는 지난해 말부터 기준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고,

    최근에는 2번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은 바 있죠.

    앞으로도 영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해석인데,

    실제로 스파르탄 캐피털 증권은 "BOE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위한

    통화 긴축 정책으로 되돌아 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습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월가에서도 마찬가지 평가가 나옵니다.

    당장의 위기는 넘겼을 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영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긴축, 그러니까 금리 인상을 하면서

    채권 매입을 통해 통화 완화 꾀하는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것과 재정을 확대하려는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고요.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역시 "BOE가 양적완화라는 `라라랜드`에 더 오래 머무를 수록

    낮아지는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으로 출구를 찾기 더 어려워 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미국 증시에는 꽤나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기자>

    금융 위기 등의 우려로 영국이 결국 시장 개입에 나선 것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긴축에 있어 속조 조절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시카고상품거래소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를 올릴 확률을 58.5%로 보고 있는데,

    일주일 전에 이 수치가 7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겁니다.

    <앵커>

    실제 연준이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없는 것은

    우리가 적당히 제한적인 영역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한다"고 전했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글로벌 변동성이 금융 시장의 긴축을 추가로 더할 수 있지만

    더 굳건한 인플레이션의 지속 리스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죠.

    이런 발언을 놓고 볼 때 BOE의 이번 조치가 연준에 미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미국 국채 시장에 유동성이 없어 보여도 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연준은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해석했습니다.

    <앵커>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겠습니다.

    <기자>

    CNBC는 몇몇 지표가 뉴욕 증시의 과매도 상태를 시사하지만

    아직 실적 둔화나 금리 인상의 여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는데,

    실제로 S&P500의 14일 평균 상대강도지수(RSI)는 27로, 30을 밑돌며 과매도 영역에 진입했죠.

    월가의 헤지펀드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만약 우리가 2023년에 경기 침체를 겪지 않는다면 놀랄 것이다"며

    "강세장의 모든 요소가 멈췄고, 또 역전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에 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가 급락하면서 이어지는 달러 강세도 문제입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 전략가는 "달러 강세는 역사적으로 금융과 경제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2023년 초까지 S&P500 지수가 3,000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죠.

    <앵커>

    지금 수준에서 저가 매수를 노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기자>

    실제로 일각에서는 이날 반등을 계기로 투자를 권하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그룹 회장은 "사람들은 지금 사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완전한 바닥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실수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완전한 바닥을 기다리기 보다는 지금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헬스케어와 같은 방어적 성격을 띈 섹터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엘리샤 레빈 BNY 멜론 웰스 매니지먼트 주식 헤드는

    "헬스케어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시장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고 추천했습니다.

    또 낙폭이 큰 대형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는 쪽도 있었는데요.

    로젠블라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바톤 크로켓은 "FAANG 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의 주식이 언제나 승리한다"며

    "대형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저렴할 때 매수해야 한다"고 전했죠.

    이렇게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조금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보수적으로 봐야할 때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사실, 기억하셔야 하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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