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넉달만에 적자 전환...한국경제 기초체력 '흔들'

전민정 기자

입력 2022-10-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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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수입액 증가에 상품수지 -44.5억달러…두 달째 적자 지속
서비스 수지도 7.7억달러 적자 전환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 상승으로 지난 8월 상품수지가 45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전체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역수지 6개월 적자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대외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해 경제위기를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은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천만달러(약 4조3,036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74억4천만달러 흑자)보다 104억9천만달러나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고,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원자재 수입 급증에 상품수지 2개월 연속 적자 = 해외 배당금 지급이라는 요인으로 `반짝 적자`를 내기 쉬운 매년 4월을 제외하고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2월(25억8000만 달러)이 마지막일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상품수지 적자로 인해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보인 때는 2012년 4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대외여건 악화로 상품수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8월 상품수지는 1년 전보다 104억8천만달러나 줄어 44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7월(-14억3천만달러)에 이어 2개월째 적자다.

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수출이 꺾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경기 둔화, 고환율 등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수출(572억8천만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7.7%(41억달러) 늘었지만, 수입(617억3천만달러) 증가 폭(30.9%·145억8천만달러)은 수출의 약 4배에 이르렀다.

특히 8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1% 늘었다. 원자재 중 석탄, 가스, 원유의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 132.3%, 117.1%, 73.5%에 이르렀다.

반도체(25.4%) 등 자본재 수입도 16.4% 늘었고, 승용차(54.7%)와 곡물(35.9%)을 비롯한 소비재 수입도 28.2%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7.7%)도 지난해 8월(32.6%)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특히 8월 대(對) 중국 수출이 통관 기준으로 1년전보다 5.4% 뒷걸음쳤기 때문이다.

◇지재권·여행수지 악화에 서비스수지도 적자 전환 = 서비스수지도 지난해 8월(8억4천만달러 흑자)보다 16억2천만달러 줄어 7억7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는 흑자(12억3천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수출화물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8월 보다는 흑자 규모가 1억1천만달러 줄었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늘면서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1년 새 2억8천만달러 흑자에서 12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관련 방역 완화로 여름 휴가철 여행객이 늘어난 영향에 여행수지 적자 폭도 6억1천만달러에서 9억7천만달러로 3억6천만달러 커졌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8월 적자 전환하면서 `쌍둥이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은 "9월엔 경상수지 흑자…쌍둥이 적자 없다" = 다만 한은은 8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들어 무역적자가 크게 축소된 만큼 경상수지는 다시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전망이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커 월별로는 변동성이 크겠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와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8월은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천만달러)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며 "9월에는 무역적자가 37억7천만 달러로 크게 축소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경상수지는 최근 변동폭이 크게 확대된 무역수지 흐름에 주로 좌우되는 가운데 연간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8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나올 것 같지만 9월에는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많이 줄어서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지 않았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라우마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이것이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닌지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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