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다."
남미 베네수엘라 산사태 당시 냉장고에 의지해 가족과 함께 극적으로 생존한 63세 호세 메디나는 11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에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아라과주의 산간마을 라스테헤리아스에 사는 메디나는 8일 밤 마을을 덮친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집으로 흘러들어오면서 순식간에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이찼다고 설명했다.
메디나와 아내, 손녀는 완전히 물에 갇혔고, 자칫 잘못하면 급류에 떠내려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메디나는 기지를 발휘해 집에 있던 냉장고를 가로로 눕힌 뒤 문을 열고 손녀를 냉장고 안에 태웠다. 냉장고를 보트처럼 활용한 것이다.
그러고는 냉장고를 식탁 옆에 붙여 단단하게 고정하고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냉장고를 힘껏 붙들어 잡았다고 한다.
메디나의 가족은 그렇게 그날 밤을 무사히 넘겼다.
그는 자신과 가족이 살아남아 다행이라면서도 "우리가 살아남아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해로 집을 포함해 모든 삶의 터전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때 건설 노동자로 일했지만, 은퇴해 별다른 수입이 없는 그는 앞으로 정부의 이재민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연금을 받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에 연동되는 연금은 한 달에 17달러(약 2만4천400원)에 불과해 생활비로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AP 통신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산사태 이재민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미히오 세바요스 베네수엘라 내무부장관은 10일 라스테헤리아스 산사태와 관련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5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라스테헤리아스 주택 317채가 완전히 붕괴했고 750채가량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사고 당시 진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바위, 통나무 등이 마을을 순식간에 휩쓴 탓에 대피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라스테헤리아스를 재난 지역으로 지정하고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주말 동안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11개 주가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들은 중장비를 동원해 진흙으로 뒤덮인 마을 잔해를 치우고 있으며 드론과 탐색견을 이용해 실종자 수색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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