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다섯 달째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면서 수출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그린북을 통해 경기 둔화 우려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5개월째 비슷한 진단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둔화 우려는 제조업 생산 감소와 수출 부진이 그 근거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이 1.9% 감소하면서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줄어 두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14.2%), 화학제품(-5.0%), 전기장비(-4.4%) 생산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9월 전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실적)는 78로, 8월(81)보다 3포인트(p) 내리는 등 기업 체감 경기도 나빠지고 있다.
BSI는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집계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도 9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에 한 자릿수로 내려온 이후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지난달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0.4%에 그쳤다.
여기에 수입액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달까지 무역적자(38억달러)가 지속되면서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고, 그 여파로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기재부는 무역수지 적자 축소 등을 고려할 때 9월 경상수지는 8월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외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우려,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수출 둔화의 모습이 지금 계속 나타나고 있고, 달이 갈수록 수출 둔화 폭들이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일단 경기둔화에 대해서 좋아지는 부분은 지금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4.3%, 전년 동월 대비 2.3% 늘었다.
다만 9월 백화점 매출액 증가율이 6.4%로 전월(22.5%)보다 큰 폭으로 둔화해 9월 소매판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물가 및 민생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민간 경제활력 제고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경상수지의 체질 개선과 구조 개혁 과제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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