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할수록 적자"...도시정비의 배신

정원우 기자

입력 2022-10-25 15:37   수정 2022-10-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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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최근 신용경색으로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요 개발사업은 부동산PF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급격하게 얼어붙었는데 그동안 실적 효자 노릇을 했던 도시정비 사업 역시 공사비 상승으로 적자로 돌아선 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산업부 정원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정 기자, 도시정비사업이 먼저 뭔지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도시정비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말합니다.

    잘 알려진 둔촌주공 재건축이나, 최근 재건축이 확정된 은마아파트 모두 도시정비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몇 년 전부터 해외사업을 줄이고 도시정비사업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려왔는데요, 일부 사업장들이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어떤 사업장에서 적자가 얼마나 심각한 것입니까?

    <기자> 먼저, 어떤 사업장이 적자인지는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고 향후 조합과 시공사간에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사업장에서는 수백억 적자로 회사 내부에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 착공 현장은 적자가 나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물가상승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 건설사의 경우 철근을 2020년에는 톤당 67만7천원에 사왔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104만8천원에 샀습니다. 퍼센트로 54%가 오른 것이고요. 시멘트도 톤당 65875원에서 8만원으로 올랐습니다. 21% 상승했습니다.

    도시정비사업은 통상 5%에서 많게는 10% 정도의 마진을 건설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5천억원을 공사한다면 250억원에서 500억원 정도 가져가는건데. 이렇게 건설자재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수익성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죠.

    주요 상장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을 볼까요?

    GS건설의 경우 작년 4분기만해도 7%대였는데 1분기 6.45%, 2분기 5.39%로 떨어졌습니다. 대우건설의 경우도 같은 기간 8%대에서 1분기 9.84%, 2분기 3.54%로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DL이앤씨 12.24%, 8.30%, 7.17% / 현대건설 3.69%, 4.14%, 3.14%)

    물가상승 여파가 실적에도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공사를 할수록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네요.

    <기자> 현재 상황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목을 ‘도시정비의 배신’이라고 달아본 것입니다.

    건설사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인상을 조합과의 계약조건에 넣어뒀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했을 경우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업장별로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드러나진 않지만,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사업장의 경우 일단 수주를 하기 위해서 조합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야하는데 조합이 받아주지 않으면, 향후 둔촌주공 공사중단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게 건설업계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앵커> 가뜩이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건설사들이 내일부터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설텐데요, 상장사 위주로 컨센서스를 간략하게 보자면 당장 적자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같은 경우는 작년에 비해서 수익성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GS건설 1915억 25.74%, 현대건설 1991억 -9.66%, 대우건설 1475억 31.34%, DL이앤씨 1440억 -44.4% / 에프앤가이드 24일)

    건설사들의 수주잔고를 보면 40조 50조 수준 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따놓은 사업이 워낙 많기 때문에 흑자는 이어가지만, 당장 제기되는 우려는 흑자도산 우려입니다.

    얼마 전 롯데건설 2천억원 유상증자 결정을 하고 롯데캐피탈로부터 5천억원 단기 대여를 하면서 부도설에 휩싸이기도 했죠.

    결국 내용을 들여다보니 둔촌주공 사업의 ABCP 차관 발행에 실패하면서 자체 자금으로 메워야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었습니다. 롯데건설과 함께 둔촌주공 시공에 참여한 현대건설이나 HDC산업개발, 대우건설도 대략 2천억원씩 자체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처지입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면, 지금 뜨거운 감자인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에 뛰어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입찰보증금만으로도 800억원씩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발사업에는 워낙 단기로 큰돈이 오가는데 단기자금시장이 마비되다보니 일순간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고 그래서 ‘흑자부도’ 얘기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자금 시장이 얼어붙긴했지만,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어느정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기자> 이번 취재를 위해 부동산PF를 담당하는 증권사 직원들 여러명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회의적입니다. 똑같이 하는 얘기가 단기자금시장이 이렇게 망가진 경우는 처음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증권사 자체도 부실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갖고 있는 사업들도 정리하는 분위기라도 하고 수익성이 좋다는 괜찮은 개발사업도 펀딩이 안돼서 망가지는게 지금 시장상황이라는게 증권사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왜 그런지 얘기를 들어보니 부동산 개발사업은 땅을 사서 펀딩을 하고 공사를 하고 분양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게됩니다. 지금 상황은 땅값과 공사비용, 금융비용 3가지가 다 오르다보니 사업에 완주해도 남는게 없다는 것입니다.

    건물을 올려서 잘 팔리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결정타로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분양까지 어려워서 오히려 일을 벌렸다가는 크게 돈을 물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투자가 싹 들어갔고 자금줄이 막히면서 부동산 개발 사업 곳곳에서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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