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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 레고랜드' 터졌나…"시장 신뢰 무너져" [증시프리즘]

입력 2022-11-02 19:08   수정 2022-11-0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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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국생명, 5억달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중소형 증권사 구조조정 신호탄까지
    자금 경색 위기 곳곳에서 발생
    <앵커>
    증시 상황 짚어보는 증시프리즘 시간입니다. 증권부 배성재 기자 나왔습니다. 배 기자, 오늘 우리 증시는 어땠습니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강했고, 강보합세로 마무리했습니다. 개별 기업들의 예상을 넘는 실적들이 나오면서 인터넷이나 게임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팔고, 외국인 홀로 무려 5천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반대로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매수세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앵커>
    FOMC 외에 시장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채권 시장부터 시작된 자금 경색 위기입니다. 오늘 하루만 해도 경색 신호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하나씩 정리해 보죠. 먼저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 연기했다고요.

    <기자>
    흥국생명이 이달 9일 만기가 예정된 5억 달러, 우리 돈 약 7천억 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초 흥국생명은 외화, 원화 자본증권을 모두 발행해서 이 물량을 소화하려하려 했지만, 금융시장 환경이 너무 안 좋다보니 행사를 안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지금까지 대부분 첫 번째 콜옵션이 행사되어왔습니다. 국내 기업이 발행 채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건 2009년 우리은행 콜옵션 미행사 이후 13년 만에 처음입니다.

    <앵커>
    문제가 된 신종자본증권이 뭔가요?

    <기자>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채권과 증권의 중간 성격을 갖고, 상장해서 거래가 가능한 하이브리드채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이 만기가 매우 긴 영구채여서 증권과 유사하게 거래가 됩니다.

    기업들은 일정 기간을 만기로 두고 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만기에 콜옵션으로 사들이는 형태로 자금을 운용합니다.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5년 만기물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2017년에 채권을 발행하면서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채권을 다시 사들일 돈이 없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흥국생명도 신규 자금을 확보해서 콜옵션을 행사하려고는 했습니다. 지난 9월 7일에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과 1천억 원 규모의 국내 후순위채 발행에 관한 결의를 마쳤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러나 지난달 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 결정들을 이내 취소했습니다. 급격한 금리 상승 속에 채권 투자 수요도 줄고, 이자율은 점점 높아지니, 채권 발행을 미룬 거죠.

    <앵커>
    그러면 2017년에 조달한 자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흥국생명이 그대로 쓰는 건가요?

    <기자>
    그대로 씁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는데요. 첫 번째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시점의 미국 5년물 국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게 신종자본증권의 특징입니다.

    흥국생명의 경우 최초 발행했을 때 채권 금리가 4.475%였는데, 이번에 6.74%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2%가 넘게 오르게 된 셈인데, 1년 이자액만 1천만 달러, 우리 돈 140억 원가량 늘어납니다. 이 금액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이 채권 발행을 할 수 없을 만큼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셈입니다.

    <앵커>
    당초 행사할 것으로 여겨졌던 콜옵션이 행사가 안 된 건데, 국내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에 새로운 리스크가 되겠는데요.

    <기자>
    당장 시장의 신뢰를 깨뜨린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다른 보험사들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길이 막혔다는 분노에 찬 반응들도 심심찮게 관측이 됩니다.

    앞서 신종자본증권은 증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상장해서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액면가 100을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가 떨어진 값으로 호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기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난달 중순쯤엔 호가도 소폭 오르기도 하는 등 거래가 활발해졌단 말이죠. 대외신인도 하락이 필연적인 상황입니다.

    흥국생명의 신인도 하락이 국내 금융기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낮아지면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투자 수요까지 위축될 거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 최근에 레고랜드 이슈라든가 기업들의 펀더멘털 저하 가능성 고조로 인해서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가산 금리)가 확대 기조를 보였었는데, 이번 이벤트로 인해서 추가적으로 투자 심리가 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 보험업 감독규정 상 콜옵션 상환 여부에 대한 당국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텐데, 당국이 왜 태광산업이라는 대주주가 있는 흥국생명에 채권 상환을 독려하지 않고 이를 방관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콜옵션 미실시와 관련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채무불이행까지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당국이 주의 깊게 지켜볼 만한 지점 같습니다. 오늘은 또 케이프투자증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 또한 심상치 않은 소식이군요.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인부와 리서치사업부를 올해를 끝으로 폐지하고, 해당 사업부 임직원들 일부를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합니다. 관련 인원수는 약 30명 규모로 전해집니다. 회사 측은 "투자 전문회사로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이 본격적으로 고용에 불어닥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고정 비용이 많은 사업 부문을 축소하거나 정리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유동성이 마르면서 점점 자금 확보가 쉬워지지 않고, 그로 인해 채권 시장 불안 심리가 올라라고 채용까지도 흔드는 시점이군요. 잠시 뒤 새벽 미국에서 FOMC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내일 주요하게 볼 만한 일정이 있을까요.

    <기자>
    오늘에 이어서 내일도 굵직한 곳들이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나 롯데칠성, 하이브, 카카오 등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 마진 하락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배터리 실적이 외형과 이익 모두 개선되면서 영업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이브는 3분기 BTS 공연이 없었던 만큼 영업이익은 소폭 하락할 전망입니다.

    아무래도 새벽 FOMC 결과, 그에 따른 뉴욕 증시의 향방에 따라 움직이는 장이 될 것이 유력합니다. 그러나 오늘도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등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죠. 3분기 실적 발표도 지켜보셔야겠습니다.

    <앵커>
    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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