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도 쪼개기 상장 논란...소액주주만 피눈물

고영욱 기자

입력 2022-11-04 15:30   수정 2022-11-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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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카카오로 촉발된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이번에는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 하거나 자회사에 파이프라인, 즉 후보물질을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소액주주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와 이 사안 짚어봅니다.

    고 기자, 지금 이런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어디가 있습니까.

    <기자>
    대표적으로 아이디언스가 있습니다. 최근 DB금융투자를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아이디언스는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인 일동홀딩스의 자회사인데요. 신약 개발 전담 목적으로 2019년 5월 설립됐습니다.

    회사를 만들었으면 일감이 있어야겠죠. 아이디언스는 일동홀딩스의 또 다른 자회사인 일동제약으로부터 베나다파립(IDX-1197)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넘겨받았습니다.

    이 물질은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항암제로 일동제약이 자체 개발한 겁니다. 임상 1상 결과까지 나왔고요. 당초 일동제약은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했습니다.

    아이디언스는 이를 기반으로 2020년부터 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앵커>
    상업적 성공까지 기대한 물질을 그냥 넘기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얼마에 넘겼습니까.

    <기자>
    137억원입니다. 일동제약은 외부기관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가격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아이디언스에 후보물질을 넘긴 일동제약도 상장회사이지 않습니까. 둘 사이 지분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분관계는 없습니다. 지난해 아이디언스 결산보고서 기준 일동홀딩스가 55.6% 대주주로 있고요. 키움-유안타 2019 스케일업 펀드 등이 나머지 44.4%를 갖고 있습니다.

    일동제약 소액주주로서는 향후 이 후보물질이 개발에 성공해서 기대보다 더 잘 팔렸을 때 추가로 받을게 없는 겁니다.

    참고로 경쟁약물인 린파자는 2017년 전세계에서 3천억원 정도 팔렸는데 지금은 1조원 이상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동제약과 아이디언스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이익을 많이 내는 제약사들의 경우 외부 기술이전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기업 가치에 많이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기업 같은 경우는 문제가 더 크다는 얘기군요. 그런 경우가 있나요?

    <기자>
    말씀하신대로 영업이익이 거의 없는 제약회사나 바이오텍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후보물질을 계열사에 넘기는 것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증권가 시각입니다.

    알테오젠을 예로 들면 자회사 알토스바이오로직스에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판매권을 2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했습니다. 향후 발생하는 수익도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눠가질지 비율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재산권이 침해된 것은 없는지 회계장부열람 가처분소송까지 내며 반발했습니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역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슷하게 유틸렉스도 유망 후보물질을 자회사 판틸로고스에 헐값 매각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앵커>
    후보물질을 적정가격에 매각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식의 쪼개기 상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이렇게 후보물질을 계열사에 나눠주면 해당 물질 개발과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수혈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넘기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후보물질을 넘겨받은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회사 주주입장에서는 그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물적분할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보령은 백신 담당하는 자회사 보령바이오파마를, 동국제약은 조영제를 담당하는 동국생명과학을 각각 물적분할해 연내 상장할 계획이었는데 내년으로 연기했습니다.

    이유는 한마디로 제값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건데요. 투자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은 것은 아닌지 업계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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