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암초 만난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앵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암초를 만났습니다.

영국 경쟁당국이 합병 유예를 결정한데 이어, 미국도 심사기간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합병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효성 기자입니다.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미국 경쟁당국이 추가심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영국이 "두 회사 합병으로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며 기업결합 승인을 유예한 데 이어 미국도 결정을 미룬 것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말 미국 법무부에 자료를 제출했고, 당초 법무부는 75일간 기업결합심사를 하겠다고 협의를 해온만큼, 이달 중순 심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 기한을 넘기게 되면서 두 항공사 합병 절차에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외를 오가는 항공업 특성상 항공업체간 인수합병은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두 항공사가 승인을 받아야 할 국가는 총 14개 국가입니다.

현재까지 9개 국가에서 승인을 받았고, 임의 신고국인 영국과 필수신고국인 미국, EU, 중국, 일본 등 5개 국가의 승인이 남았습니다.

기업결합 심사 규정의 유무에 따라 필수신고국과 임의신고국으로 나뉘긴 하지만, 효력은 똑같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합병이 무산됩니다.

남은 5개 국가의 심사가 막바지 단계긴 하지만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영국과 미국은 본심사단계에서 심사가 유예되거나 지연됐고, EU와 일본은 사전협의 절차(자료 제출 완료) 중입니다.

내년 초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본심사(시정조치안 제출 완료) 단계까지 와있습니다.

해외 경쟁당국이 합병 심사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두 항공사의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 여부입니다.

실제 한국~영국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영 중이고, 미국행은 두 항공사 점유율이 최소 78%에서 100%에 달합니다.

두 항공사 합병한 이후 항공권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독점력을 갖게 될지에 대한 판단이 합병 승인의 열쇠가 될 거란 전망입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경쟁 감소 우려가 생기면 소비자 편익이 감소될 가능성이 크죠. 소비자 편익이라는 거는 그게 (항공권) 가격일 수도 있고요, (항공편) 공급을 줄여서 이용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고요.]

이와 함께 해외 경쟁당국은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자국 항공산업에 어떤 유불리가 있을지도 중요하게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영국·미국의 결정에 대해 "경쟁 당국이 요구하는 시정 조치를 서둘러 마련하겠다"며 "다른 국가와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초 대한항공이 미국과 EU의 합병 승인을 예상한 시점은 올해 연말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