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 0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노동계 파업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물류, 철도, 지하철 등 국가 기간산업 중심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부 유오성 기자와 관련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유 기자,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벌였고, 정부가 화물연대 요구를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되지 않았습니까?
원래대로라면 올해 폐지 예정이던 안전운임제도 정부와 정치권이 3년 더 연장하겠다는 내용까지 발표했는데, 어째서 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겁니까?
[기자]
화물연대가 정부와 여당안보다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입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내용은 안전운임제를 지금의 일몰제가 아닌 영구 제도화 하고, 안전운임제 대상 차종과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도 같은 내용을 주장하며 8일간 총파업을 벌였지만 국토교통부와 제도 개선 논의에 합의하며 총파업을 철회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이후 국토부와 여당이 소극적으로 나서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 번 총파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현행 안전운임제가 어떻길래 일 년에 두 차례나 파업을 벌이는 겁니까?
[기자]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화물기사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나 과속 운행 등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가 안전운송원가에 인건비, 유류비, 부품비 등 적정이윤을 더해 결정하는데요.
쉽게 말해 화물 운송기사들이 받는 최저임금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운송업체 간 과당경쟁과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화물차 운임이 낮은 수준이라 진단했고, 이 때문에 무리한 운송이 많아졌다고 판단해 안전운임제를 도입했습니다.
다만 안전운임제 도입이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없어 3년 일몰제로 도입했고, 또 적용 범위를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 대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가 당초 제도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 효과에 대해 불분명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일몰기간을 3년 더 연장해 제도 실효성을 추가 검증한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에 따라 실제로 사고율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봐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거겠네요.
[기자]
화물연대는 이 제도가 도로 위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화물연대가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한국안전운임연구단 연구 결과를 보면 과적 경험은 제도시행전 24.3%에서 시행 2년차 9.3% 줄었고, 휴식 없는 연속 운행시간도 4.51시간에서 3.64시간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노동위험지수가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안전한 운행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다릅니다. 안전운임제 시행전과 시행 2년차 교통사고 현황을 비교해보니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건 수는 오히려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견인형 화물차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제도 시행 전 21명에서 지난해 30명으로 42.9%나 치솟았습니다.
[앵커]
교통사고율을 줄인다는 안전운임제가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하고 있는 거네요.
제도 도입에 따른 실효성은 적은데 운임비는 높아지고, 운임비가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기자]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입니다. 안전운임제 도입이 화물기사들 처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운임비를 올린다해도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고요.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신음하는 국내 산업계에 운임비 증가라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안기는 결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품목을 확대할 경우 국내외 주요 산업 물류비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궤라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지금부터 6시간 뒤면 화물연대 총파업이 산업계 전반을 옥죄게 될 텐데, 피해는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화물연대는 포항 철강, 강원도 시멘트, 경남 조선 기자재, 대전 자동차 부품 산업을 중단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여름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제품 출하가 지연되면서 큰 피해를 봤고, 침수 피해 복구 중이라 피해 복구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바짝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또 건설업계는 운송 차량이 운행을 멈출 경우 재료 공급 등에 차질이 생겨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는 당장 피해가 크진 않지만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지난 파업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주류회사들은 운송사를 추가로 계약한다던지, 물건을 미리 출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파업 피해를 최소화 시킨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단순히 화물연대만 파업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 전반이 겨울철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화물연대 파업을 시작으로 노동계는 연말까지 연쇄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오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고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3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합니다. 또 다음달 2일에는 전국철도 노조도 총파업에 나섭니다.
경제계는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서울교통공사, 철도노조 등이 줄줄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산업계에 극심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파업에 대해 불법 운송 거부나 운송 방해 행위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 총파업을 둘러싼 산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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