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잃어버린 철도물류 30년…화물연대 힘 키웠나

전효성 기자

입력 2022-11-25 18:46   수정 2022-11-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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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안전운임을 달라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우리 산업계 전반이 멈춰설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산업에서 이렇게 화물연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로물류에 대한 대안으로 철도 물류를 키우기 위한 인프라를 조성해놓고도 30년째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효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내륙 통관 기지, 의왕ICD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곳을 찾아 비상 수송 대책을 지시했습니다.

    정부의 수송 대책에는 화물 운송 열차를 증차해 트럭 화물을 일부 대체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파업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도로 물류의 대안으로 철도 물류 육성을 강조하지만, 개선된 바는 없습니다.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의왕ICD 철도 화물 수송 실적`입니다.

    1993년 32만TEU였던 의왕 ICD의 철도 화물 수송량은 지난해 30만5천TEU까지 줄었습니다.

    30년간 물류 수송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철도 물류는 절반 이하 수준으로 퇴보한 셈입니다(1993년 6.4%→ 2021년 1.5%).

    [스탠딩: 의왕ICD는 1993년 철도 물류를 활성화 하기 위한 취지로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철도 물류 운송량은 매년 꾸준히 줄었고, 현재는 트레일러와 도로를 활용한 도로 운송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실정입니다.]

    의왕ICD에서 가장 넓은 부지를 사용 중인 한진의 철도 수송량은 8만3천TEU(1997년)에서 2만TEU(2021년)까지 줄었고,

    국내 1위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철도 수송량도 1997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4만5,664→1만5,795TEU).

    철도 수송을 늘리겠다며 철도청 부지를 활용해 ICD를 조성했지만 철도 물류는 사실상 방치된 실정입니다.

    [우정욱 / 한국교통대 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 그렇게 철도 물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새로운 철도 계획에서도 그런 내용들이 그렇게 많이 안 들어가있는 것 같고…]

    의왕ICD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3.3㎡당 연간 5~8만원의 점용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땅 주인인 코레일은 알짜 부지를 30년간 저렴한 가격에 내어주고도 철도 물류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는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는 사이 도로 물류의 비중은 육로 화물의 98% 수준을 차지하게 됐고, 그만큼 화물연대의 협상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앵커>

    사안을 단독 취재한 전효성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전 기자, 우리 화물운송에서 철도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는거죠?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도 간단히 언급을 했는데요.

    30년 전 철도 화물의 분담률이 6.4%에서 2021년 1.5%까지 낮아졌습니다.

    도로 화물 수송, 주로 화물트럭을 말하는데요.

    도로 화물 수송 분담률이 98.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앵커>

    정부가 철도물류를 그동안 안키운 배경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째섭니까?

    <기자>

    우선 철도 물류의 장점이 한번에 많은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건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보니 철도 물류에 유리하지 못한 구조입니다.

    철도물류의 경우 대략 수송거리가 200㎞ 이상 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데, 우리나라 서울-부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런 곳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철도물류가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수출입 화물은 제시간에 항공기나 배에 실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철도 물류는 도로 물류처럼 가고 싶을 때 갈 수가 없거든요.

    화물이 몇 시간, 며칠 일찍 도착하면 배에 싣기 전 어딘가에 짐을 보관해야 하는데 그것도 물류기업 입장으로선 비용입니다.

    <정민>

    그러면 도로물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철도물류가 부진한 것은 시장 논리로 보면 당연한 측면도 있는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 처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성도 있고요.

    열차가 상대적으로 친환경 교통 수단이라는 점에서, 환경적인 측면, 탄소 중립 때문에라도 일정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계 평균 철도 분담률은 평균 8% 정도 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추세거든요.

    하지만 우리 목표는 여기에 크게 못미치는 실정입니다.

    <앵커>

    ESG 추세에 따라서 철도물류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던데, 전세계는 철도 분담률이 평균 8% 정도고, 우리 목표는 어느정도입니까?

    <기자>

    우리 정부는 철도 화물 분담률 목표를 계속해서 낮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달성을 못하고 있습니다.

    2011년 계획에선 철도 화물 분담률을 18.5%(2020년)까지 높이겠다고 했는데 해내지 못했고, 2018년엔 10%(2021년)를 제시했지만 달성하지 못했고요.

    올해 4월에는 목표치를 더 내려잡아 6%(2025년)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철도물류, 어떻게 되살려야 합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철도물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진기지, 의왕ICD 활성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곳의 30년 점용 계약이 마침 내년 6월 만료되거든요.

    새로운 계약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이번에야 말로 철도 물류 실적에 따른 확실한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철도 물류를 늘려가는 기업에게는 임대료를 내려주고, 철도는 줄이고 도로 운송에만 집중하는 기업에게는 이용료를 올려받는 계약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렇게 해야 현재 1%대까지 추락한 철도 운송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파업 등으로 도로 운송이 막혔을 때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1993년 계약은 30년 계약이라 입주 업체의 입지가 아주 공고했거든요,

    이를 3년이나 5년 단위로 계약 주기를 짧게 해 사용료 조정이나 새로운 입주사의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구교훈 / 배화여대 교수: 지난 30년간 기회를 줬어요. 철도 안 했습니다. 코레일 망가졌어요. 또 30년 (계약해야) 됩니까 이건 아니에요. 물류센터 계약이든 운송이든 다 1년입니다. 최소한 줄여야 돼요 5년 계약으로 일단 주고 (철도 물류 )잘하면 연장하는 방식으로…]

    <앵커>

    파업이 일어나지 않게 좋은 근로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 돼야 겠습니다만, 동시에 산업계가 마비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으로 고민해볼만 하겠습니다.

    전효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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