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매년 받아온 인센티브가 앞으로도 지급될 `개연성`이 있다면 노동자의 예상 소득을 계산할 때 그 인센티브도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기업 직원 A(33)씨가 한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보험사의 손을 일부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2월 한 스키장 초급 슬로프에서 내려오던 중 B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전치 6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B씨는 사고 4개월 전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둔 상태였다. 우연한 사고로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물에 손해를 입히면 1억원 한도로 실손보장을 해주는 보험이다. 이에 피해자 A씨는 B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A씨가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해마다 받아온 목표·성과 인센티브와 명절 귀성 여비였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려면 `급여 소득`이 얼마인지를 따져야 하는데 이런 월급 외의 가욋돈을 `급여`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 됐다.
1심과 2심은 명절 귀성 여비가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므로 급여 소득에 포함되지만, 인센티브는 업무 성과 등에 따라 해마다 지급률이 달라지므로 급여에 넣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A씨가 앞으로 받을 인센티브도 배상액 산정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8년 입사한 A씨는 2012년부터 매년 87.5∼300%의 목표 인센티브와 28∼50%의 성과 인센티브를 받아왔고, 이는 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인센티브 지급률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므로 앞으로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인센티브가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 사건 이후에도 일정한 범위 내로 계속 지급받았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일실소득(피해자가 잃은 장래의 소득) 산정의 기초가 되는 예상 소득은 확정적 증명까지는 필요 없고 개연성의 증명으로 족하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일실수입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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