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경쟁 더는 어렵다"…이커머스, '수익성 전략' 선회

김예원 기자

입력 2022-11-30 19:03   수정 2022-11-30 19:04

    <앵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출혈 경쟁 `캐시버닝`을 통해서라도 볼륨을 키우던 업체들이 고금리에 투자가 위축되자 수익성 확보로 방향을 튼 것인데요.
    김예원 기자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기자>
    패션플랫폼 에이블리가 다음 달부터 트렌드패션 부문 입점사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상합니다.
    기존 서버 이용료 명목으로 월4만9천원씩 부과하던 정액제 수수료를 폐지하고, 매출에 연동된 3% 판매 수수료를 신설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4년간, 에이블리는 판매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워, 누적 입점사만 3만 여 곳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올해 거래액 1조 2천억 원 돌파를 앞두고 있지만, 팔수록 적자만 늘어나자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방향을 튼 겁니다.
    앞서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트렌비 등도 수수료를 올린 바 있습니다.

    [에이블리 관계자: 저희가 상생 차원에서 0%를 유지해오다가 팔면 팔수록 마이너스인 그런 구조였어요. 그런 마이너스를 정상화하는 차원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고마진 사업을 추가하는 이커머스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식료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컬리가 화장품 사업인 `뷰티컬리` 서비스를 추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식료품과 화장품 시장의 주요 고객이 3040 여성으로 겹치는데다, 콜드체인을 활용한 배송방식도 같다는 점에서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컬리뿐 아니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올해 뷰티 전문관에 입접한 브랜드를 지난해보다 71% 늘렸고, 에이블리도 뷰티 부문에서 단독 상품 론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구매 주기가 짧은데다 단가가 높은 뷰티 분야 강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입니다.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선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갈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현실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것처럼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의 생존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건데, 이 사안 취재한 김예원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선회한 것은 아무래도 대내외 경영 환경이 예전만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겠죠?
    <기자>
    네. 이커머스 기업들은 그동안 "의도적인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몸집을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면, 언젠간 결국 수익이 날 것이다"
    이런 생존 전략을 구사했는데,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국면에서 무리한 확장이 더 이상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겁니다.
    특히 금리 인상, 자금 시장 경색 등으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것도 이커머스 기업들이 "몸집 키우기 경쟁에서 수익성 경쟁으로" 방향을 튼 요인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닥친 복합위기가 복합위기가 영향을 미쳤을텐데, 투자시장이 어느정도나 얼어 붙은 겁니까?
    <기자>
    이커머스 업계 취재를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자금줄이 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커머스를 포함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올해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풍부한 유동성에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이 맞물리며 활발한 투자가 이뤄졌던 이커머스 시장이 그야말로 혹한기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커머스업계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커머스업계 관계자: 금리 인상 시기가 되니까 이제 은행들이나 이런 데서 더 이상 투자를 안 하겠다 이렇게 되면서… 저희가 그렇게 현금이 많은 회사는 아니었는데, (금리 인상과) 겹쳐서 이렇게 됐어요.]
    <앵커>
    이런 분위기 속에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커머스 기업도 나왔죠?
    <기자>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죠.
    배달대행 국내 1위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법정관리와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요.
    내년 기업공개를 추진 중인 11번가도 매각설이 나왔는데요.
    8분기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다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또, 수산물 유통플랫폼 `오늘회` 운영사 오늘식탁도 이용자수를 키우는 전략을 실행해오다 지난 7월 입점업체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8월 말엔 전 직원 권고사직을 통보한 상황입니다.
    시리즈B 단계까지 밟은 업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게 된 건데요.
    회사 측은 당분간 추가 투자 유치에 힘쓰겠다고 밝혔지만, 실패할 경우 사업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알린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어려움이 이커머스 기업들의 생존전략에 더 빠른 변화를 불러올 것 같은데, 이커머스와 그동안 경쟁을 벌였던 유통업체들에게도 연쇄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커머스업체뿐 아니라 전통 유통강자들에게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됩니다.

    아무래도 이커머스사업의 적자는 대체로 배송과 물류에서 발생하죠.
    이때문에 올해 4월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했고요.
    SSG닷컴도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만 새벽배송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수도권외 지역은 이마트 매장의 PP센터를 통해 주간배송이죠. `쓱배송` 서비스에만 집중하겠다는 전략인데요.
    실제 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중소형 PP센터 15개를 축소했고, 4분기에도 추가로 3개를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동화율이 높은 대형PP센터로 통합을 시키면서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절감한 거죠.
    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3분기 SSG닷컴의 총 거래액은 지난 2분기보다 5.2% 줄었지만, 오히려 손익은 개선됐습니다.
    지역별 인구 구조와 주문 수요를 반영한 배송시스템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모색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종합해보면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이 몸집키우기 경쟁에서 수익성 경쟁으로 방향을 튼 셈인데,
    앞으로 전망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사실 곳간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금을 모으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가치를 키우는 게 스타트업의 성장 구조로 인식돼왔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기조가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는 투자를 신중하게 한다`는 판단이 시장 전반에 확산됐기 때문인데요.
    실제 이커머스 플랫폼 투자로 유명세를 떨쳤던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은 올 2분기 30조9천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죠.
    이때문에 손 회장은 "올해 스타트업 신규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커머스 자체가 볼륨을 키워 시장 장악력을 갖추면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지금은 성장 폐달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고요.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더욱 강해져 옥석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가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유신 / 서강대 교수(기술경영대학원장):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실적이 나와야 (사업을) 꾸려 나갈 수가 있는데, 실적은 지금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 내년에도 아마 (이커머스업체들이) 펀딩이 안 될 거예요. 이제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친 다음에 진정한 리더들이 나오는 거예요.]
    들으셨다시피 현재의 어려움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요.
    이커머스시장의 성장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와 혁신성을 갖춘 기업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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