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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에 내 일상도 마비?...손배청구 가능한가요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2-12-09 17:39   수정 2022-12-09 19:30



장장 16일간 이어져 오던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파업)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보름 넘게 경제 혈맥인 물류가 마비되면서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품목들의 손실액만 3조 5천억원에 달했는데요.

여기에 물류 마비로 일상이 멈춰서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셈조차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산업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경제 피해만 `3조5천억`…손해배상 벼르는 산업계

우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시멘트와 레미콘 수송에 차질이 빚어져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건설업계에선 화물연대에 손해배상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화물연대의 시멘트 집단 운송거부로 발생한 건설 현장 피해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피해 발생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요.

연일 강경대응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던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피해 기업들이 화물연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도 한국무역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 업종별 협단체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피해를 입은 중소 화주의 손해배상소송을 대행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 8일째인 1일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화물연대는 노조 아닌 개별노동자…손배청구 어렵다?

하지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노조가 아닌, 개별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계약이 된 상황이 아닌, 개인 운송사업자를 대상으로 계약마다 건건히 발주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나서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대신 정부가 형사·행정적 대응으로 피해 수습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까지는 파업한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면,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늘(9일) 오전 인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화물연대 파업 철회 이후로도 건설 현장 내 잘못된 악습과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봐주기식` 수습은 없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았는데도 파업을 이어간 부분에 대해 형사처벌, 면허 정지 취소 등 행정적 처분이나 형사고발을 이어나갈 방침도 분명히 한 상태입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일상도 크게 위협받았는데요.

물류 차질로 주유소에선 기름 품절 대란이 일어났고, 신선식품 배송, 해외직구 물품 배송까지 지연돼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제때 물품을 배송받지 못해 자영업자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어야 했죠.

건설현장에도 비상이 걸리며 입주 지연까지 예고돼 입주 예정자들까지 발을 동동 굴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나 일반 소비자의 경우 역시 손해배상 청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개개인이 입은 손해액이 얼마인지 산정할 수 없고, 또 어떤 화주의 행위로 손해를 입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화물연대 파업 차주도 이제 노동자?…우려 더 커진 `노란봉투법`

이번에 화물연대가 결국 파업철회라는 결정을 내린 건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까지 동원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파업 장기화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면서 투쟁 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악화된 여론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도 향했습니다.

정부여당과 경영계에서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에 아예 면제부를 줄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노조의 책임을 민형사상으로 면제해주는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밀어붙였었는데요.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여야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의결이 보류됐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요.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달 30일 여당의 반대에도 노란봉투법을 법안소위에 단독 상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 이날 환노위에서도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노동계의 파업으로 경제와 일상에 차질이 생기자 국민 여론이 악화됐고, 야권에서도 노란봉투법의 강행 처리에 나서지 못한 겁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노동조합 등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총 151건, 청구액만 약 2,8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중 민주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 94%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현행법에서 이미 정당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불법파업에마저 면책 책임이 주어진다는 데엔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특히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화물연대에 소속된 이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닌 `노동자`가 될 수 있게 됩니다.

즉,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는 개인사업자인 차주들이 화물 근로자의 지위를 부여받고 `화물노조`라는 이름으로 파업에 나서고, 또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까지 어려워지게 된다는 의미인 만큼, 더 큰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노조의 불법 행위에 면책을 주는 사례는 없는데요. 노조에 대한 권리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도 노동 관련 분쟁 시 발생한 손해 배상에 관해 사용자 측은 노조에 소송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피해자의 권리, 법적 평등, 공적책임의 평등 면에서 헌법에 반한다고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마련하는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오늘 근로시간제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에 이어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시장 추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노동형벌제도 개편, 대안적 분쟁해결 등을 통해 노사관계의 자치를 강화하고 자율적 해결을 지원하는 분쟁조정도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인데요. 이와 함께 노조설립, 단체교섭, 단체협약, 쟁의행위, 부당노동행위 등 노사관계 법·제도 개편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대응을 계기로 정부가 노동개혁의 고삐를 더 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모쪼록 선진화된 노사관계 구축의 기틀이 하루 빨리 마련돼 더 이상 파업으로 일상이 멈추는 일은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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