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3개사로 쪼개 재상장…기업분할 공포 넘을까

방서후 기자

입력 2022-12-12 14:54   수정 2022-12-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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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국내 3위 철강기업 동국제강이 회사를 세 개로 쪼개 재상장을 시도합니다.

    지주사 전환과 철강 사업 전문화를 동시에 이루겠다는 건데,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동국제강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기자>
    쉽게 말해 회사를 지주회사, 그리고 열연 사업 회사와 냉연 사업 회사 이렇게 세 개로 쪼갠다는 겁니다.

    우선 맨 위에 지주회사 동국홀딩스(존속법인)를 두고요.

    그 아래 철강 사업을 맡을 사업회사를 두는데요.

    이걸 또 두 개로 쪼개서 열연 사업을 맡을 동국제강(신설법인), 그리고 냉연 사업을 맡을 동국씨엠(신설법인)을 각각 두는 방식입니다.

    분할 방식은 인적분할이고요. 따라서 기존 동국제강 주주들이 신설법인 지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이같은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했고, 내년 5월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분할 기일이 내년 6월1일이니까 6~7월께 신설법인들이 증시에 상장될 전망입니다.

    동국제강 측은 이번 회사 분할 결정으로 철강 사업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지주사가 컨트롤타워로서 신사업 발굴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모함에 따라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새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호재로 알려져 있잖아요?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차이는 기존 회사의 주력 사업을 떼어내서 생긴 새 회사의 지분을 기존 주주들이 보유할 수 있는 지 여부입니다.

    물적분할은 새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고, 인적분할은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통상 물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겐 악재, 인적분할은 호재로 여겨져 왔는데요.

    하지만 인적분할이라고 해서 기존 주주들에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이 단행하는 인적분할은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내야 할 세금을 미루거나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올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은 총 14곳으로 지난 2010년(14곳)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인데요.

    이들 대부분은 인적분할 계획을 밝힌 직후 주가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앵커>
    물적분할은 아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인적분할도 결국 꼼수로 보일 수 있다는 거네요?

    <기자>
    현재 상황에선 그렇습니다.

    인적분할로 지주사가 되는 기업들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을 주지 않는 물적분할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 지분율(30%)을 충족시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분 확보 과정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는데요.

    한 마디로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매수하는 대가로 지주사 지분을 주는 겁니다.

    동국제강의 지주사가 될 동국홀딩스 역시 이런 방법으로 지주사 전환을 꾀할 방침인데요.

    인적분할로 사업회사 지분을 배정받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사업도 하지 않고 할인율도 높은 지주사 지분을 굳이 사업회사 지분을 내놓으면서까지 추가로 보유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사업회사 지분을 내놓고 지주사 지분을 가져가느냐.

    사업회사 지분보다는 지주사 지분을 많이 가져서 지배력을 높여야 할 사람. 바로 대주주 일가입니다.

    <앵커>
    동국제강의 경우 사실상 승계작업을 위한 인적분할이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동국제강이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힌 날, 창업주인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자 인천공장 생산 담당이던 장선익 상무가 본사로 복귀하면서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현재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이 지분 13.94%로 실질적 총수지만 지난 2015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지분 9.43%를 보유하고 있는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오너가 4세들 중 유일하게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장선익 전무의 지분율은 0.83%에 불과합니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겠죠.

    상대적으로 비싼 사업회사 주식을 상대적으로 싼 지주회사의 주식으로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대주주 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거의 포기하는 대신 지주회사 지분율을 평균 2배 정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이 사업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대가로 받은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가 이연됩니다.

    과세이연 혜택 자체는 내년까지긴 하지만 지주사 지분은 그룹 경영권과 직결되는 만큼 처분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과세부담이 소멸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줍니다.

    <앵커>
    그럼 기존 동국제강 주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어차피 지주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면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나요?

    <기자>
    기존 주주들은 회사 분할에 따라 지주사인 동국홀딩스 주주가 되는 동시에 지분율에 따라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주식도 갖게 됩니다.

    공개매수 조건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사업회사 주식은 기본적으로 지주사보다 가치가 높고 동국홀딩스는 특히 사업을 하지 않는 지주사이기 때문에 기껏 받은 사업회사 지분을 넘기는 것은 다소 리스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고요.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것이, 동국제강이 과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통합했던 냉연과 열연사업을 다시 분리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재무 구조를 크게 개선시켰고, 예전처럼 사업을 영위해도 된다는 회사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동국제강 부채 비율은 90.3%로 산업은행과 재무 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 2015년(136.7%) 대비 크게 개선됐습니다.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도 같은 기간 1.1배에서 11배로 뛰면서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고도 많은 돈이 남는 우량회사로 탈바꿈했다는 평가입니다. 신용등급도 2016년 투기등급 수준(BB)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이렇게 숫자로 설명되는 요소들이 앞으로도 나아진다면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도 분명 있는 것이고요.

    다만 신규 주주의 경우 회사가 제시한 공개매수 금액을 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공개매수 금액은 결국 가격 상한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주가 상방을 제한한다는 뜻이 되고, 이 금액보다 현재 주가가 많이 낮다고 판단했을 때 매수를 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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