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발병률은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 뿐 만 아니라 불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서구화된 음식섭취 습관으로 인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암을 예방하는 방법(조기 발견)은 물론 암치료를 받은 환자, 그리고 암환자 가족들 챙겨야 할 주의사항에 대해 암치료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의과대학 교수들을 심층 취재했다.
국내에서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갑상선암과 대장암을 비롯해 폐암, 간암, 위암, 유방암 등 10대 암에 대해 시리즈로 구성, 연재한다.
암을 예방하거나 항암 치료 또는 수술후에 국내 유수의 의과대학 교수들은 적절한 운동은 물론 육류와 생선, 제철과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을 권고하고 있다.
▶ 육류는 직화구이보다 조림.찜으로...1회 섭취 200g 이하
의료 전문가들은 암을 예방하고 항암치료, 수술후 건강 회복에 있어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색 육류 섭취에 대해 제한적인 섭취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며,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 백색 육류 섭취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지 않았다.
김청수 이화의료원 이대비뇨기병원 전립선암센터 센터장(비뇨의학과 교수)는 “육류는 1회 섭취시에 200g이하로 1주일에 2~3회 정도가 좋다”며 “기름진 부위를 제거하고 살코기 중심으로 먹고, 신선한 채소와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육류의 경우 식물성 단백질로는 채울 수 없는 필수아미노산이 포함돼 있어 항암 환자에게 있어 충분한 열량과 고단백 섭취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황선욱 은평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로 인한 세포 손상 회복이 어려워지므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다”며 “특히 위암 수술 후에는 철분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고기와 함께 고른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육류는 타지 않도록 조리하고 가능한 직화구이나 훈연보다는 조림, 찜, 탕 등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육류나 생선이 타는 경우 표면에 발암물질인 아민(amine)이 발생하므로 구이보다는 삶거나 끓여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햄이나 소시지, 베이컨 등 육가공 음식을 가급적 피할 것을 권고한다.
김형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는 “붉은 고기식품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과가 차이가 있어 결론내리기는 어려우나 가공육은 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는 햄·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에 들어가는 발색제(육류를 절일 때 안정한 붉은색을 내게 하기 위해 넣는 물질)인 아질산나트륨에 대해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는 사람의 직장암 발병 위험이 18%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인스턴트 제품들도 과도한 섭취가 문제이지 소량을 먹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선별된 식사를 위해 받게 되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이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등푸른 생선 섭취 항암면역 도움
어류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종종 섭취하는 게 좋으며, 참치와 고등어, 정어리, 삼치, 연어, 꽁치 등의 등푸른 생선의 섭취도 항암(면역)에 도움이 된다.
다만, 통풍이라 일컫는 고요산혈증 환자의 경우 퓨린 함량이 높은 고기와 생선의 내장류(곱창, 대창, 곤이, 알 등), 조개 등 어패류, 정어리 등 일부 등푸른 생선을 피하는 게 좋다.
이윤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고지방 식사 혹은 과도한 육류 섭취는 피하면서 식물성 지방이나 계란, 우유, 생선 등의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콩·두부·저염식 된장 섭취 권장
콩을 비롯해 두부, 발효식품인 청국장, 된장 등은 하루 1회 이상 섭취하는 것도 좋다.
정준 교수는 “콩밥과 같은 음식은 유방암 환자에게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국장이나 된장 등은 저염식 제품을 섭취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 권고에 따르면, 1일 성인 나트륨 섭취 권장량 2,000mg(소금 기준 5g)이다.
김청수 교수는 또, “쇼트닝이나 팜유, 야자유, 마가린, 정제가공유지 등의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과자나 도넛, 팝콘, 라면, 커피프림, 튀긴 음식 등의 가공식품은 줄이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 십자화채소 항암 효과…토마토는 전립선암 예방 도움
채소는 끼니때마다 2가지 이상, 과일은 간식으로 하루 2회 정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의료 전문가들은 항암 효과와 면역 강화에 도움을 주는 양배추, 브로컬리, 컬리플라워 등의 십자화채소와 마늘, 양파, 부추, 생강, 당근, 호박, 파프리카, 버섯, 가지, 해조류, 토마토 등을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적당한 양의 야채와 하루 1~2회 정도의 색이 다른 과일 섭취를 통해 비타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산화에 따른 손상을 감소시켜 간암을 예방하고 면역기능 강화를 통한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마토의 경우 라이코펜 성분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의학적 소견이다.
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토마토의 라이코펜이라는 성분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살짝 익히거나 가열해서 먹어야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함께 먹으면 라이코펜의 흡수율이 증가하며, 토마토소스 파스타나 데쳐서 토마토주스로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 올리브유는 유방암·커피는 간암 예방 효과
올리브유가 포함된 식단은 유방암 예방에, 하루 1~2잔 정도의 커피는 간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정준 교수는 “음식과 유방암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고, 유익한 음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호두나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올리브유가 함유된 식단이 유방암 발생을 줄인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커피는 간 뿐 아니라 다른 신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간암 예방 목적으로 커피를 과하게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며 “만성 간질환이 있는 분들에서 커피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복진산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 예방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음식인 당근, 단호박, 시금치 등이 조금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미역·김·다시마 등 해초류, 갑상선암 환자 과잉 섭취는 `금물`
다만, 요오드가 풍부한 해초류는 과다하게 섭취하지 말 것을 전문의들은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일반 성인의 요오드 하루 섭취 권장량은 150ug(마이크로그램)이고, 임신부는 220ug, 출산후에는 290ug을 가이드라인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미역국 한 그릇은 약 600~700ug가량의 요오드를 포함하고 있다.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교수는 “우리나라는 요오드가 풍부한 김, 다시마, 미역 등의 해초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 섭취가 많은 편”이라며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의 주성분이기 때문에 지나친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일은 제철 과일을 중심으로 먹되, 수박과 포도, 사과, 바나나, 키위, 딸기, 오렌지, 메론, 배, 감 들이 권장된다.
다만, 곶감의 경우 단감보다 열량(100g당 247kcal)이 높고 당도가 높아 당뇨병을 가진 암환자는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 지중해식 식단, 암세포 성장 더디게 해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낮추는 것이 규명된 후 각종 암과 대사증후군, 제2형당뇨병, 퇴행성신경질환(치매나 파킨슨 병), 내분비 질환, 심지어는 우울,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교수는 또 “지중해식 식단은 세포의 DNA 손상을 막고 혈관 재생, 염증과 전이에 영향을 주어 암세포의 성장을 더디게 한다”고 말했다.
▶ 금주 금연은 암예방 기본
음주와 흡연은 모든 암을 유발하는 요인과 상관관계가 깊어 반드시 절주, 금주하거나 금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험인자중 흡연, 지나친 음주등의 좋지 않은 생활 습관은 췌장암의 발생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며 “금연, 절주가 가장 좋은 암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석환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의 절대적 원인은 흡연”이라며 “가족력이 있으면 자녀들에게 폐암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다”고 설명했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술은 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할 만큼 위험한 물질로, 과도한 음주는 간경변증을 유발하고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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