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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안전한가요?…'불안한 코인러' 거래소 찾아 삼만리 [이민재의 쩐널리즘]

이민재 기자

입력 2022-1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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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도 무거운 돈에 대한 이모저모 '쩐널리즘'
어디로 가야하죠? 코인러들…금 가는 바이낸스
싫다던 특금법 덕에…선방하는 韓거래소가 대안?


"테라-루나 사태 보다 FTX 파산 여파가 훨씬 더 오래갈 겁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거듭 강조한 말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신뢰에 대한 균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을 보니 수긍이 갑니다.

세계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마저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3위 거래소인 FTX가 회계 부정 등으로 무너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불신의 도미노입니다. 불안한 코인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거래소 찾기에 분주합니다. 하지만 답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당분간 코인러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어디로 가야하죠? 코인러들…금 가는 바이낸스

글로벌 회계법인 마자르(Mazars)가 바이낸스 감사를 중단하기로 선언했는데요. 바이낸스가 감사를 신청한 이유는 신뢰를 얻기 위한 것이었는데, 앞길이 막막합니다.

앞서 파산 사태가 FTX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구심이 점점 커졌는데요. 다음이 어디일지 다들 눈 여겨 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미국 경찰이 바이낸스를 조사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바이낸스는 역대 거래량과 비교해 큰 규모는 아니었다며 `엑소더스(대탈출)`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말 만으로 투자자들을 달랠 수는 없습니다. 증명서가 필요했고 마자르에 감사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의혹만 더 키웠네요. 딜로이트,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다른 회계법인들도 역시나 감사를 맡을 의사가 없다고 밝혀 불안함이 줄긴 커녕 늘기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쟁글에 따르면 바이낸스 보유 자산은 지난 10일 외신의 관련 의혹 제기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달 말 바이낸스가 증명을 위해 PoR(Proof of Reserve) 방식을 이용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합니다. 고객 부채보다 3% 부족한 BTC 보유량을 비롯해 마자르가 실사 등을 하지 않고 사실 확인 정도 한 보고서 등이 미심쩍다는 겁니다.

바이낸스 지배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자르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바이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살펴보긴 했지만 여기가 모회사인지 자회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쟁글은 "바하마를 비롯해 조세 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영업을 했던 FTX의 몰락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갖는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마자르는 해당 보고서를 감사 중단을 선언함과 동시에 삭제했습니다.



○ 정착할 곳 없나요?…다들 상황은 비슷하다

회계법인 마자르가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곳은 바이낸스 만이 아닙니다. 크립토닷컴, 쿠코인 등 여러 거래소와 결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불확실성이 바이낸스, FTX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다른 유명 가상자산거래소인 후오비도 재정 건전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역시 준비금 부분이 부각되는데요.

크립토퀀트 측은 "후오비 준비금 증명 약 30억 달러 중 43.3%가 후오비 자체 토큰인 HT로 이뤄졌다"며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자체 발행 코인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FTX 파산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기도 한 FTT가 떠오릅니다. FTX는 이를 통해 유통량을 늘려 과도하게 대출, 투자를 반복하다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자체 발행 코인 비중이 비트파이넥스는 36%, 쿠코인은 18%, 바이비트는 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언제든 이들에게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 싫다던 특금법 덕에…선방하는 韓거래소가 대안?

그렇다면 한국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비슷한 위험에 노출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데요.

다행히 지난해부터 시행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그나마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특금법으로 한국 거래소들이 경쟁력에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 고유자산과 투자자 예치금을 구분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이행 여부도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또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거래소의 자체발행 코인 관련 검사를 진행 중인데요. 파장을 가능한 줄이겠다는 건데, 지금 시장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디지털자산법도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마련될 예정인데요. 아직까지 촘촘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는 하지만 당국은 향후 논의를 통해 계속해서 보완할 예정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적 정합성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유럽 규제 등을 살펴 적절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부실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가상자산업계 대표 투자 벤처캐피털로 알려진 디지털커런시그룹(DCG)와 자회사 제네시스트레이딩이 FTX 파산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이와 예치 서비스를 진행하던 고팍스에 영향을 준 바 있습니다.



○ 중앙화 된 거래소 이제 별로…"내가 직접 관리하겠다"

여기 저기 모두 못 믿겠다면 결국 코인러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화된 기존 거래소(CEX)가 아닌 진짜 탈중앙화를 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기반의 가상자산 지갑인 콜드월렛(ColdWallet)처럼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눈에 띕니다. 개인이 키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기존 거래소를 통한 매매나 소프트웨어로 운영되는 지갑인 핫월렛(HotWakket)보다는 번거롭습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탈중앙화 거래소(DEX)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플랭클린 템플런 제니 존슨 CEO는 FTX 사태로 투자자들이 DEX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표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가상자산 규제 확립이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요. 더 나아가 투자자들이 피신처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 가상자산거래소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과 동시에, 콜드월렛 관련 기업, 탈중화금융(Defi)와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포함한 웹3 생태계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불안한 코인러`들이 헤매는 과정에서 종착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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