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녹아 불덩이 뚝뚝"…터널 방음벽 소재 뭐길래

입력 2022-12-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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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는 방음터널 안에서 발생해 피해가 더 컸다.

29일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 화재 초기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불이 난 구간은 갓길까지 포함해 왕복 8차선 도로 모두 화염에 뒤덮여 있다.

천장 쪽으로는 채 빠져나가지 못한 유독가스들이 가득 차 있고, 지붕은 불길에 녹아 불덩이가 도로로 뚝뚝 떨어졌다.

불이 삽시간에 수백m까지 번진 탓에 전체 길이가 800여m에 달하는 터널 내에는 모두 44대의 차량이 고립됐다.

이날 화재 사망자 대부분은 불길과 짙은 연기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차 안이나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는 방음터널 내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에서 시작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화물차 엔진룸 쪽에서 발생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면서 참사가 시작됐다.

목격자들은 불길이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벽으로 옮겨붙은 이후 다량의 연기와 함께 빠르게 번졌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덮어 만들어진다.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이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폴리카보네이트는 불이 붙으면 열기에 녹아 뚝뚝 떨어져 아래쪽에 더 피해를 키운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방음터널에는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관련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음터널이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공 교수는 이처럼 방음터널에 대한 안전 규정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을 지적하며 "외부로 드러난 H빔 역시 열기에 휘어지며 피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철근 콘크리트를 입혀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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