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원하청' 판도라 상자 열렸다

전효성 기자

입력 2023-01-12 19:13   수정 2023-01-12 19:13

    <앵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원청기업이 하청기업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판단인데, 택배업 뿐 아니라 다른 산업현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관련한 내용 전효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1심이 2년만에 나온거죠?

    <기자>

    이번 판결의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택배업계의 원하청 구조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맺고, 하청인 대리점은 다시 택배기사와 집배송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는데요.

    쟁점은 택배기사는 누구와 단체교섭을 해야하는가, 즉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누구냐였습니다.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라고 주장한 반면, CJ대한통운은 직접적인 사용자는 대리점이라며 맞서왔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1년이죠.

    고용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서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CJ대한통운이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오늘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가 중노위 손을 들어줬습니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앵커>

    택배노조와 교섭에 CJ대한통운이 응하라고 판결한 것이군요. 이렇게 판단한 배경은 뭘까요?

    <기자>

    먼저 2021년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보면요.

    CJ대한통운이 상품 인수와 인도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니 노조와 교섭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 법원의 판단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1심이긴 합니다만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는 것이라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앵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어땠죠?

    <기자>

    기존 대법원 판례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을 때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원청을 사용자로 판단한 것은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것이라는게 산업계 주장입니다.

    [장정우 /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실질적 지배력설은 기존의 단체교섭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련된 이론이 아니고, 부당 노동에 관련된 내용이어서 이번 단체교섭의 상대방을 결정하는 법리로서는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CJ대한통운의 반응은 나왔습니까?

    <기자>

    택배노조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즉각 항소 뜻을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택배 대리점도 즉각 반발했는데요.

    CJ대한통운 대리점주들은 판결 직후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택배 산업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했습니다.

    근로자와 직접 계약서를 쓴 하청업체는 건너뛰고, 원청과 협상하게 되는 구조가 되면 하청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앞으로도 소송이 지속되겠군요.

    원하청의 틀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택배업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잖아요.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 같습니다.

    <기자>

    CJ대한통운 말고도 이미 하청, 재하청 기업의 노조가 원청과 교섭하려는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택배회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최근 중노위로부터 `하청노조와 협상하라`는 결과를 받았고,

    현대차, 기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제조기업들도 비슷한 문제로 다투고 있습니다.

    게다가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등 택배기사와 유사하게 대리점에 소속된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강해질 수 있을 겁니다.

    산업계는 "이번 판결로 노사 관계의 대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이 노란봉투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기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은 노조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취지가 담겨 있는데요.

    법안 발의 과정에서 하청 근로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확대됐습니다.

    노조법 2조, 사용자와 근로자를 정의한 조항인데 이를 개정한다는 겁니다.

    이번 판결로 입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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