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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치킨집' 공식 사라질까…"실버 취준생이 온다"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1-27 17:38   수정 2023-01-28 11:37



2년 후엔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실버 취준생이 는다

# 한 중견기업 부장으로 정년 퇴임한 A씨. 임원은 달지 못해 후배 눈치를 봐야했지만 60세 정년까지 채우고 퇴직할 수 있었음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국민연금은 아직 받지도 못하고 아직 자녀들이 취업 전인데다, 노후자금이 충분치 않았던 A씨는 다시 새 일터를 찾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20대 첫 직장을 구할 때처럼 제2의 인생을 위한 실버 취준생이 될 각오는 이미 단단히 돼 있습니다.

오는 2025년, 딱 2년 후가 되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로 들어어서게 됩니다. 인구 10명 중 2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차지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A씨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5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55~64세 장년층의 고용률은 66.3%인데, 일본(76.9%), 독일(71.8%) 등 고령화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습니다.



또 장년층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도 올해는 63세지만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에는 65세 등으로 점차 늦춰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장년층은 60세 정년퇴직 이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기 전까지 소득 부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저출산 영향에 청년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인력난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고요. 이러한 상황이라면 이젠 60세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해질 수 밖에 없겠죠.

정부도 여기에 발맞춰 고령층의 일할 기회를 늘리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오늘 발표한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를 통해 60세 이후 고령층도 더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계속 고용` 의무화를 위한 논의를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 정년 60세 사라진다…`계속고용` 사회적 논의 착수 공식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2023년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2차 계획(2013~2017년)과 문재인 정부의 3차 계획(2018~2022년)은 과거 55세 안팎이었던 민간 기업의 정년을 60세까지 늦추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 결과 2013년 관련 법을 고쳐 2017년까지 대다수 기업과 공공기관에 60세 정년이 의무화됐고요.

이번 4차 계획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계속고용`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계속고용을 위한 방식은 크게 3가지입니다.

퇴직 후 재고용, 60세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기업이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그것인데요, 일본이 지난 2006년 단계적으로 도입한 `고용확보조치`와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지난 2006년 법적 정년인 60세 틀을 깨고 단계적으로 65세까지 기업들에게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 중 하나를 도입해야 하는 고용확보조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이후 2021년 4월엔 기존 고용확보조치 이외에 타 사업장으로 재취업과 사회공헌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취업확보조치`를 통해 근로자들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 "55∼64세 핵심 인적자원"…계속고용 지원금 늘리고 맞춤형 취업지원



# 크라운제과는 현재 정년이 지난 16명의 근로자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2세로 연장했고, 정년에 이른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3년간 재고용을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퇴직 후 진로상담과 재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적극적인 계속고용을 도왔습니다.

# 한라시멘트는 2021년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퇴직자를 재고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특정 공정 경험이 있는 퇴직자 22명을 재고용하기도 했습니다.

일하고 싶은 고령층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위 사례와 같이 기업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계속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입니다.

이를 위해 정년 퇴직자를 계속 고용한 사업주를 지원하는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을 지난해 3천명에서 올해 8,300명으로 크게 늘렸고, `계속고용 우수사례`를 발굴해 `세대동행 기업 인증제`라는 이름으로 포상시스템도 만들 계획입니다.

재취업을 위한 능력개발 지원도 더 촘촘히 합니다.

고용센터 내 `중장년 전담창구`를 만들어 맞춤형 취업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직업훈련과정에 중장년층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폴리텍 신중년 특화과정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합니다.

호봉제 손질해 계속고용 의무화 추진…연말 로드맵 나온다

지금까지 정년연장으로 대표되는 계속고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논의조차 첫 발을 떼지 못한 건 기업들의 현실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입니다.

일한 햇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호봉제(연공형 임금체계)`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커 고령자 고용을 꺼릴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정부는 계속고용을 위해선 기존 임금체계를 손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했습니다.

고용부는 이번 4차 고령자 고용촉진 계획을 통해 오는 3월까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에 노·사·정 대표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요.

4월부터는 논의체 내에서 연공급 위주인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급 위주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정년 연장·폐지 또는 정년퇴직자 재고용 방안을 논의합니다.

논의 테이블엔 계속고용 방식 및 시기, 임금·직무 조정 근거 마련, 기업·근로자 지원방안 등의 과제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은 `계속 고용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정부는 또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2017년부터 65세 이상 신규 취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실업급여를 받는 일수를 일반 실업급여 대상자(90~150일)보다 크게 줄여 30~50일분을 지급하되, 구직활동에 대한 의무조항은 없앴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을 처음 받는 시기가 63세인만큼, 연금개혁이 전제돼야만 국민연금과 실업급여의 중복 수급 등의 우려를 덜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은퇴 후 = 편의점 알바·치킨집 창업` 공식 없어질까



우리나라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직장인 평균 은퇴 연령인 50대 중반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리적인 은퇴 연령은 50대 초반으로까지 내려가기도 합니다.

이렇듯 실질적으로 50대 초중반에 은퇴를 맞이하면 65세에 연금을 받을 때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지금까지는 은퇴 후 생활전선에 뛰어든 중년들의 `늦깎이 취준생` 생활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기업에 재취업하는 건 언감생심이고 편의점 알바와 같은 저소득 일자리까지 내몰렸죠.

한때 `어차피 치킨집`,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은퇴 후 퇴직금을 들고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레드오션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금새 퇴출되기 일쑤였습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도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계속고용` 의무화를 위한 첫 발을 뗐습니다.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중장년·고령층=핵심 인재자원`이라는 인식 하에 정부와 노사가 모두 뜻을 모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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