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빗장 풀어 '환율 안정'…'큰 손' 환투기 우려도

전민정 기자

입력 2023-02-07 19:01   수정 2023-02-0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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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외환시장 개방과 관련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 세종시 전민정 기자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지난 20여년간 닫아왔던 외환시장이 개방되는건데, 정부는 왜 지금에서야 규제를 푼 건가요?

    <기자>

    그동안 정부는 20년 이상 외환시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는데요. 그 이유는 모두가 다 아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정부는 환율 등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뒀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 수준의 무역 규모와 자본시장 성숙도를 갖춘데다,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대외건전성도 튼튼해진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외환시장 빗장을 풀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겁니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죠. 지금 우리나라는 채권시장 선진화를 위해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주식시장의 경우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준비 중인데요.

    이 두 선진지수 편입에 성공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외 투자자의 접근을 막는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만큼, 이번 외환시장 규제 개선은 `지금이 바로 적기`인 것입니다.

    <앵커>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규제를 풀면 가장 기대되는 효과론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정부는 이번 국내 외환시장을 개방으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외환시장 참여자가 적다 보니, 선박 수주 실적에 따라 선물환 매도 물량이 큰 조선사나 해외투자를 확대 중인 개인과 기관의 움직임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는 건데요.

    하지만 외환시장 빗장을 풀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원화 접근성을 높여 국내 주식과 채권과 같은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는 만큼, 환율 변동성의 원인인 외국인 자금 유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선물환의 일종이죠. NDF(역외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의 투기성 거래도 `널뛰기 환율` 장세를 부추긴 주범으로 지목됐는데요.

    지금까지는 외환시장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원화와 달러를 즉시 사고 파는 현물환 시장 대신 기형적으로 역외 NDF 시장이 커지면서 환투기 세력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현물환 시장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역외 NDF 시장의 거래 수요 중 일부가 현물환 시장에 흡수되면서 투기성 거래도 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로 인해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게 되는 거고요.

    <앵커>
    하지만 외환시장이 열리면 상식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외국인 자본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 아닐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래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외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거죠.

    이미 지난해 `환투기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는 등 개인들도 환에 눈을 뜬 상황인데요. 만약 거래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 투기 세력인 `큰 손`들이 움직일 경우 `환 개미`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외환시장 개방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필요하지만, 국내 외환시장이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들의 `놀이터`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목소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올해는 계속 무역수지 적자가 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생기고 있는데 외환시장을 외국인들에게 확대 개방한다면 불안정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외환보유액이 4천억달러밖에 안되니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외환시장 개방으로 환투기 세력들이 더 판을 칠 수도 있다는 우려인건데요.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는 없나요?

    <기자>

    일단 기획재정부는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외국 금융기관의 자격을 현재 은행 간 시장 참여가 가능한 국내 금융기관과 같은 성격의 글로벌 은행·증권사로 엄격히 제한했습니다.

    즉, 헤지펀드와 같이 단순 투기목적의 기관은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재부는 또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는 국내 중개회사를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 국내 금융사와 똑같이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시세조작이나 불건전거래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영업 일시정지나, 인가를 아예 취소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외환시장이 개방되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들어오는 만큼, 기존 국내 은행들로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떤가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까지는 외국인들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면 반드시 우리나라 시중은행 중심으로 운영되는 외환시장에 들어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은행이 가지고 있던 원화 환전 점유율을 두고 외국계 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게 된 셈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외환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원화 비즈니스를 확장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영업 환경은 더 험난해졌다고 걱정합니다.

    국내 은행 관계자들은 원화 환전 시장 확대를 앞두고 글로벌 은행과 경쟁해서 승부를 보려면 은행과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관련해서 직접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 해외에서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 국내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인력이라던가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고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방법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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