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에 미처 쓰지 못한 예산이 13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걷은 세금에서 지출하고 남은 금액인 세계잉여금도 9조원을 넘겼다.
국세수입은 당초 정부의 예상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부동산 불황과 금융시장 냉각의 여파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는 크게 줄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한 총세입은 573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수입은 395조9천억원으로 전년(344조1천억원) 대비 51조9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정부의 최종 전망치인 추가경정예산(추경) 당시 세입예산(396조6천억원)을 7천억원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 예측보다 세수가 덜 걷힌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추경 기준 세수 추계 오차율은 0.2%로 2001년(0.1%)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전년도(2021년)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33조2천억원 늘어난 103조6천억원이 걷혔다.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고용 회복이 이어지며 소득세는 전년보다 14조6천억원 더 걷혔다.
하지만 토지·주택 거래가 감소한 여파로 양도소득세는 4조5천억원 감소했다. 증권거래 역시 감소하면서 증권거래세는 4조원, 거래세에 붙는 농어촌특별세는 1조9천억원 각각 줄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가 이뤄지며 교통·에너지·환경세도 5조5천억원 급감했다.
또한 물가 상승과 소비 증가의 영향으로 부가가치세가 10조4천억원 늘었고, 환율이 오르면서 관세도 2조1천억원 증가했다.
세외수입은 178조원으로 예산 대비 1조1천억원 증가했다.
총세출은 예산현액 577조7천억원 중 559조7천억원을 집행하여 전년 대비 62조8천억원 증가했다.
예산 집행률은 96.9%로, 예산에서 다 쓰지 못한 금액인 예산 불용 규모는 12조9천억원이었다.
불용 규모는 2014년(17조5천억원) 이후 8년 만에 가장 컸다. 이는 2011∼2016년 평균치(11조5천억원)마저 웃도는 수준이다.불용률 역시 2.2%로 2018년(2.3)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다만 정부는 과거와 비교해 지출 규모 자체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불용 규모도 일정 부분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응 사업 예산 일부가 집행되지 않은데다, 종합부동산세가 줄며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부세가 감소한 영향으로 불용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14조2천억원이었다.여기서 다음 연도 이월액 5조1천억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9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세금을 지난해보다 50조원 넘게 더 걷어 10조원 가까운 돈을 남긴 셈이다.
세계 잉여금은 일반회계가 6조원, 특별회계가 3조1천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4월 결산 후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을 거쳐 국회 동의 없이 추경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에도 세계잉여금과 초과세수 등을 활용해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나머지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각 회계 근거 법령에 따라 자체 세입 조치를 하는 데 쓰인다.
세입·세출부 마감은 지난해 정부의 세입·세출을 확정하는 절차다. 정부는 이 실적을 토대로 4월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친 후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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