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참전용병으로 '신분세탁'한 살인범들 귀향... 주민들 '공포'

입력 2023-02-11 09:46  



"몇 주 전부터 아나톨리 살민이 마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그가 친구를 끔찍하게 살해한 걸 안다. 친구만 죽인 게 아니라 훔치고 싸우고 소녀들을 괴롭히고 마약을 했다. 그는 위험한 사람이다."

살인과 절도죄로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뒤 최근 러시아 북부 피칼레보 고향 마을로 돌아온 아나톨리 살민에 대해 이웃 주민이 10일(현지시간) 두려움에 떨며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한 말이다.

가디언은 살인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그룹 와그너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한 뒤 사면을 받아 지역사회로 돌아오면서 주민들의 공포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살민처럼 와그너 그룹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범죄자들이 6개월 계약기간을 마치고 잇따라 사면으로 풀려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살인범과 마약상 수십 명이 석방되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살민은 절도죄로 복역 중 용병 모집에 지원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가 2011년 술을 마시고 다투던 친구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인 사건을 기억한다.

살민의 한 이웃 주민은 "마을 사람들이 한때 마을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와 마주치는 걸 두려워한다"며 이제 그는 러시아에서 가장 악명높은 사람 중 하나인 프리고진과 연줄까지 생겨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는 와그너 그룹 참전 용병 사면에 대해 "러시아 법을 엄격히 준수해 사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들이 다시 범죄행위를 저지를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풀려난 범죄자 중에는 돈을 빼앗기 위해 87세 친할머니를 죽인 드미트리 쿠르야긴이라는 살인자도 있고, 2005년 동업자와 그의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을 청부 살해한 일명 `검은 부동산업자` 알렉산더 튜틴도 있다.

러시아의 한 수감자 인권단체 관계자는 "와그너 그룹에 지원한 범죄자 중에는 형기가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는 그들이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인권운동가 이반 멜니코프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또 다른 죄수들이 전쟁 지역에서 돌아오고 있다"며 "그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범죄 행위가 엄청나게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전 참전 대가로 죄수들을 사면하는 과정 역시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한 죄수의 석방 증명서 사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만 명의 수감자들을 용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불법적인 비밀 사면령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러시아 법무부가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이 석방 증명서에는 수감자가 참전을 마치고 사면된 게 아니라 와그너 그룹 참여를 위해 교도소를 떠난 지난해 8월 러시아연방 대통령의 사면령에 따라 석방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만이 사면령을 내릴 수 있으나 러시아 정부는 2020년 이후 그런 사면령을 내린 적이 없다며 죄수들을 용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밀 사면령을 내린 것은 법률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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