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다툼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최근 2대 주주로 올라선 카카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SM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씨 측은 카카오가 사내 반(反) 이수만 세력인 현 경영진과 손잡고 결국 SM을 인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어서다.
특히 카카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 인수를 줄기차게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은 투자업계 등에서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SM 경영진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에 제삼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키로 결의했고, 카카오가 지분 9.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그러자 이 씨 측은 제삼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SM과 동종 업체인 하이브가 이 씨에게 손을 내밀어 공개 매수를 통해 SM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이수만-하이브` 대 `SM 경영진-카카오 간 충돌 국면이 조성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줄곧 공식적으로는 현재 SM 인수에 관심이 없고 콘텐츠 사업 강화에만 초점을 뒀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카카오의 행보에 연예계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SM 인수를 저지하려면 지분을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씨 지분 14.8%를 확보하고 공개매수까지 들어간 하이브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카카오 측은 여전히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 "추가 지분 확보 계획은 없다"며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상증자는 양사가 장기간 시너지 및 사업협력을 논의한 결과"라면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만일 이 씨가 제기한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무효 가처분소송이 기각된다면 카카오가 다시 인수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가 당초 SM 인수를 염두에 두고 사업 협력을 구상해왔다는 점에서 가처분 결과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SM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발 빠르게 우호 세력을 규합하거나, 지분 매입에 추가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추가로 에스엠 지분을 어느 정도 매입하느냐에 따라 하이브가 1대 주주로 올라설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지분 경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대 주주인 이수만 씨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이 무산되고 양쪽 진영 모두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들에 대해 카카오 측은 "정해진 것 없다"는 입장을 반복 중이다.
하지만 이는 SM 인수 시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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