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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전자눈’ 만든다...김정석 셀리코 대표의 VISION [고영욱의 스타트업 나우]

고영욱 기자

입력 2023-0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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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카메라를 심어 세상을 보고 눈을 크게 깜빡이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를 그린 HBO 인기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 2019)’의 한 장면이다.

SF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전자눈’ 개발에 도전하는 김정석 셀리코 대표(48) 이야기다. 전자눈은 전자장치를 활용해 앞을 보게 해주는 의료기기다.

김정석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까지 반도체 설계를 공부했다. 학위를 마친 뒤 삼성전자 반도체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이후 가천대 의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9년 셀리코를 창업했다. 회사 이름 셀리코는 스페인어로 ‘완전하다’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했을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센서칩 설계를 맡았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까 고민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이 분들이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시력 교정 장치를 만들어보자 해서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든 셀리코의 비전은 ‘이익 보다는 이로움을 주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흔히 사람의 눈은 카메라에 비유된다. 수정체가 카메라 렌즈라면 안구 뒷부분의 망막은 이미지센서다. 망막에는 빛을 감지해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시세포가 분포한다. 이 전기신호는 시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돼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게 한다. 시세포는 특히 망막의 중심에 밀집해있다. 이 부분을 황반이라고 한다. 황반이 망가지면 앞을 못 보게 된다. 대표적인 병이 환반변성증이다.

황반변성증의 주요 원인은 노화다.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혈관이 자라면서 발생한다. 2017년 16만6천여 명이던 국내 환반변성 진료 환자는 2021년 38만1천여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23%의 속도다. 초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만큼 이 숫자는 더 늘 전망이다. 미국의 유병율 5.9%를 고려하면 국내 300만명 가량이 잠재 위험군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정석 대표가 개발하고 있는 전자눈은 황반변성 환자는 물론 희귀 유전성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도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등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 반도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이미지센서를 망가진 시세포층에 심어 시세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환자들은 이미지센서의 해상도만큼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셀리코가 개발한 1세대 모델은 64화소, 2세대 256화소, 현재 개발하고 있는 3세대는 2000화소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기업도 개발에 도전하고 있는데 2000화소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세컨사이트社가 개발해 FDA승인을 받은 어거스2는 60화소다. 김 대표가 경쟁사로 꼽은 프랑스 픽슐비전은 400화소를 목표로 개발중이다. 김 대표는 “2000화소면 일상생활은 물론 책 표지 정도의 글씨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화소수가 높다고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이미지센서 칩을 망막에 삽입하고 나면 칩과 망막에 남아있는 시신경을 결합하는 전극기술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 전극기술이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서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는 크게 만들어도 되지만 눈 안에서 상이 맺히는 부분의 크기는 가로 세로 4mm”라며 “화소와 화소 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간섭 현상이 발생해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인이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 갤럭시S23 울트라와 같은 2억 화소로 보는 건 먼 훗날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눈 안에 심은 이미지센서는 반도체인 만큼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셀리코가 무선충전 기술이 들어간 전용 증강현실(AR) 안경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안경 한 가운데엔 카메라가 달려있어 아직 시력 손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중기 환자를 위한 시력 보조장치로 쓸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증강현실 안경의 경우 이르면 연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2세대 안경 모델에는 스피커와 마이크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셀리코는 전자눈과 증강현실 안경 기술로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오는 4월로 예정된 미국 에디슨 어워드 수상기업에도 선정됐다.

애를 먹었던 건 생체 면역거부반응이었다. 2세대 모델을 돼지 실험과정에서 일부 염증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코팅기술을 따로 개발해서 돌파구를 찾았다. 생체 안전성이 검증된 티타늄, 실리콘, 폴리이미드 등의 물질을 가지고 특수 코팅을 했다. 셀리코가 코팅 기술을 포함해 전자눈과 관련해 받은 특허만 15개다. 김 대표는 “몸에 이식하는 장치인 만큼 식약처 의료기기 등급 중에 가장 까다로운 4등급 의료기기”라며 “안전성과 내구성을 충분히 검증한 뒤에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롤 모델로 삼는 인물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이다. 창업 전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울산 모래밭에 조선소를 만드는 일화를 보고 도전정신을 본받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그는 지금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되새기려 노력한다고 했다. 김정석 대표의 MBTI는 ENFJ, 선도자다. 긍정적이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창업 햇수로 5년차, 셀리코엔 현재 8명의 임직원이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해 박사급 2명, 석사급 3명이다. 이외 인력도 필드 경력 15년차 이상으로 전문분야에 집중된 베테랑들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같은 사람과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경력직원을 위주로 채용이 진행중이다.


연구개발 기업 대부분이 그렇듯 셀리코 역시 아직 이익을 내는 기업은 아니다. VC 투자금과 정부 연구 과제 사업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AR안경이 상용화를 앞둔 만큼 내년부터는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세계 안과질환 시장규모 43조원 규모다. 김 대표는 “5년안에 2% 시장 점유율 확보하고 10년 후 15%까지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달 시리즈A 투자를 받으면 기술 고도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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