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취약계층 '10조 공급'? '보증배수 효과'로 부풀린 액수

입력 2023-02-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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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을 받는 은행권이 향후 3년간 10조원을 `공급`한다는 내용의 공익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보증 재원의 승수 효과 등까지 모두 지원 규모에 포함한 `부풀리기`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15일 오후 "은행권이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주요 은행의 부행장급 임원들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상생금융 강화방안`을 주제로 논의한 결과다.

우선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천억원을 재원으로 활용해 취약차주에게 긴급 생계비 2천800억원,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에게 1천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민금융상품(새희망홀씨·햇살론15·햇살론뱅크·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 공급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서민금융상품의 공급 규모가 약 5조4천800억원 정도이고 올해 목표가 6조4천억원인데, 앞으로 은행들은 3년간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의 지원 규모를 올해 기존 목표(6조4천억원)보다 9.3% 많은 7조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재원도 더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더 많이 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 3년간 은행권 보증 재원을 약 800억원 추가 출연해 전체 보증 규모를 약 1조원까지 늘리기 위한 방안이다.

은행별로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프로그램,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들에게 약 7천억원도 새로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10조원`이라는 수치의 상당 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 십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보증지원 재원 1천600억원을 활용한 공급 효과는 12배수를 적용해 약 2조원으로 추산됐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을 기존 연간 약 2천600억원에서 앞으로 3년간 약 3천200억원으로 연간 600억∼700억원 늘리면 15배의 보증배수를 통해 약 3조원의 추가 지원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정작 은행권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마련하기로 한 `3년간 5천억원`의 공동 재원 규모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이번 발표에서 늘어난 재원은 5대 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3년간 추가로 내는 약 2천억원과 은행권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보증 재원으로 추가 출연하는 800억원 정도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순수하게 내는 돈은 지난달 발표한 5천억원에서 2천800억원 늘어난 7천800억원 정도"라며 "이를 재원으로 자금공급을 일으켰을 때 10조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공헌 사업 관련 질문에 "은행권의 공동 모금이 썩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공동 모금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며 "개별 금융지주나 은행의 특색에 맞게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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