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애초에 우크라이나 전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한 적 없기 때문에 언제든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러시아 친정부 인사의 관측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에 따르면 군사 평론가인 이고리 기르킨은 15일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특별 군사 작전`의 목표를 공식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하고 전쟁을 종식하는 것도 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르킨은 우크라이나 돈네츠크주의 친러시아 반군 지휘관,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을 지낸 인물이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도네츠크에서 반군을 조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친정부 인사로 관측된다.
기르킨의 주장대로 실제 러시아는 그간 전쟁의 명분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수시로 전환해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개전 뒤 러시아군이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 강간, 고문한 사실이 드러나고 서방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확대하는 등 수세에 몰리자 곧 전쟁 목표를 재설정했다.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을 해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이를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규정한 뒤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으로 부르는 것을 사실상 불법화해왔다.
지난달에는 이제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초점을 나토와 서방, 러시아 간 갈등으로 전환해버렸다는 EU 대외관계청(EEAS) 측 진단도 나왔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대체 뭘 위해 싸우고 있냐는 사회자 질문에 기르킨은 "러시아는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러시아와 러시아 국민에 엄청난 피해가 갈 것"이라면서 "패배하면 재앙만 있을 것이고, 우리는 끝장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위크는 기르킨이 대표적 친정부 인사로서 최근 군 지휘관들에게 공개적으로 비판적 태도를 취해왔다고 보도했다.
기르킨은 지난주에는 러시아군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전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그 책임이 잘못된 리더십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발언권을 누리는 친정권 논평가들은 전쟁의 부진을 현장 지휘관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차단해왔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의 고문 안톤 게라스흐츠헨코는 기르킨의 인터뷰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하고 의미를 주목했다.
게라스흐츠헨코는 "테러리스트 기르킨이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일부러 모호하게 남겨둔 까닭에 언제든 승리가 선언될 수 있다고 말했다"라고 썼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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