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벗겨 봤잖아" 경희대 졸업생들, 단톡방서 동문·교수 성희롱

입력 2023-02-2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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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남자 졸업생들이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여성 동문과 교수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21일 경희대 졸업생들에 따르면 이 대학 A 학과 14학번 남학생 세 명은 2021년 9월부터 최근까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같은 학과 선·후배와 동기를 대상으로 성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
이들은 특정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랑도 할 거냐", "대줄 준비가 되었다", "넌 안 벗겨봤으니까 모르잖아" "명기?"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말에는 "누가 여자를 잘 요리하나"라고도 했다..
또 여성 동문을 만나고 왔다는 남학생에게 "맛있게 먹었냐. 막회 먹고 했다고?"라고 묻거나 `동문을 생각하며 자위를 해봤느냐`는 질문도 했다.

이들은 연락을 받지 않는 교수들을 언급하며 `성관계 중인 것 아니냐`며 조롱거리로 삼았다.

대화방에서 언급된 여성 동문과 교수 등 피해자는 약 20명이라고 한 졸업생은 전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자신들 대화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듯 "우리 셋 중에 하나 정치하면 이 방 그냥 판도라의 상자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대화는 우연히 카카오톡 대화방을 발견한 지인이 지난 14일 학과 동문들의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 페이지에 대화 내용을 올려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이들 세 명은 이틀 뒤인 16일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폭로글과 사과글은 현재 모두 삭제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졸업생 중 한 명은 "학우분들을 언급하며 불쾌한 농담과 모욕적인 언사, 비방과 희롱을 주고받았다"며 "피해를 본 분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모욕감은 헤아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고소를 준비 중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오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단체 카카오톡방 성희롱은 성범죄로 성립하지 않지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명예훼손은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청주지법은 2020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하거나 비하했다가 모욕죄로 기소된 청주교대 남학생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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