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부어 매출 비중 1%대…LG화학, 그래도 '바이오'

이지효 기자

입력 2023-02-22 19:00   수정 2023-02-22 19:00

    <앵커>

    대표적인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이 올해 바이오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양대 신사업 중 하나인 첨단소재에 비해 바이오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이 부진한 상황에서 바이오가 LG화학의 비장의 무기가 될지, 아픈 손가락이 될 지 취재했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LG화학, 바이오에 진심이라고요?

    <기자>

    LG화학의 사업부문 별 매출 비중을 살펴 보면요.

    주력인 석유화학과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신사업 가운데 하나인 첨단소재고, 생명과학 비중은 1.75%에 머물렀습니다.

    LG화학의 지난해 전체 매출이 약 51조원인데, 이 가운데 생명과학은 9,100억원에 불과한 거죠.

    LG화학은 2030년까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신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첨단소재는 우리가 잘 아는 2차전지 소재를, 생명과학은 바이오 사업을 말합니다.

    특히 LG화학은 생명과학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데요.

    LG화학 생명과학본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구개발, R&D에만 1조 577억원이 투입됐고요.

    최근 8,000억원을 들여 미국 항암제 신약개발 업체 아베오를 인수하기도 했죠.

    올해도 4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할 계획인데요. 이 가운데 8% 이상(3,400억원)이 생명과학 몫입니다.

    <앵커>

    LG가 바이오 사업을 한다고 했던 것은 꽤 오래 전 얘기 같은데요. 아직 매출 비중이 1% 대밖에 안되는 군요.

    <기자>

    바이오는 LG화학을 넘어서 LG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자 오랜 숙원 사업입니다.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유전공학이란 거 럭키(LG)가 한 번 해봅시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됐는데요.

    LG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처음인 1981년 이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2002년에는 바이오를 독자적으로 키워 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LG화학에서 LG생명과학으로 분사했고요.

    이듬해인 2003년 항생제 신약 `팩티브`가 최초로 FDA 승인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상업화에 실패했다는 얘기인데요.

    결국 2017년 다시 LG화학에 흡수 합병됐고, 현재 LG화학 생명과학 부문에서 사업을 지속 중입니다.

    특히 LG는 삼성바이오, SK바이오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CDMO, 위탁개발생산 방식이 아니라 신약 개발이라는 모험을 택했습니다.

    최근의 `바이오 드라이브`는 대를 이은 구광모 회장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1980년 대부터 바이오에 발을 들여놨으니 40년이 넘은 셈인데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LG화학이 바이오를 포기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LG화학의 캐시카우인 석유화학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에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 적자를 냈습니다. 바이오는 규모는 작지만 흑자를 기록했고요.

    첨단소재, 바이오 등 사업 다각화를 해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죠.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성공 확률이 1%도 안된다고 알려집니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은 만큼 대표적인 미래 산업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LG화학은 이미 배터리에서 `성공 신화`를 쓴 사례가 있죠.

    지금이야 `돈 버는 사업`이지만, 2020년 흑자로 전환하기까지는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따라 붙었는데요.

    1992년부터 이 사업에 뛰어 들었으니 30여 년 만에 성과가 났고,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입니다.

    배터리에 이어서 바이오에서도 또 한 번의 새 역사를 쓰겠다, 이런 자신감이 있는 거죠.

    <앵커>

    주력인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좋지 않고 심지어 적자를 내는 상황이라 제2의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바이오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LG화학 생명과학 부문 매출 추이를 보면 큰 폭은 아니지만 매년 늘고 있습니다.

    2017년, 2018년은 5,000억원 대, 그리고 2019년, 2020년은 6,000억원 대, 그리고 2021년 7,600억원을 기록했고요.

    지난해는 이보다 19.74% 증가한 매출 9,100억원을 달성했죠. 생명과학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다른 사업에 비해 높은 편이고요.

    올해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1조 2,000억원을 목표로 합니다. 최근 인수를 마무리 한 `아베오 효과`를 반영한 겁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베오가 가진 항암제과 같은 타깃의 약들이 많아 매출 상승은 제한적이다"고 분석합니다.

    LG화학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아베오 인수로 미국에서 상업화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LG화학은 신약을 개발하고도 못 팔아서 문제가 생겼죠.

    미국은 보험이나 약가 제도, 유통 구조 등 다른 체계를 갖춘 만큼 이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요.

    아베오 인수로 LG화학에서 개발하는 신약들을 이관해 미국 현지에서 상업화를 꾀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LG화학은 임상 단계에 들어선 신약 파이프라인만 20개 가까이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생명과학은 대규모 R&D가 선행돼야 하는데 LG화학이 계속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데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첨단소재 이익만으로는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현재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1.84%를 보유 중이죠.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차입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것이다"며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배적 지분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반대로 해석하면 지배적 지분, 즉 50%를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배터리를 보고 투자했던 LG화학 주주들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분사로 화가 난 상황이죠.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기 때문에 당장은 여의치 않은 카드입니다.

    현재 주주들 사이에서 "바이오 투자는 돈만 들고 성과가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 데요.

    LG화학은 앞으로 지난 투자에 대해 실제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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