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수법, '질질 끌기 전략'에 두번 우는 학폭 피해자

입력 2023-02-27 17:08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측이 아들의 학교 폭력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이어가며 피해자에게 긴 시간 고통을 안겨준 사실이 드러났다.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같은 학교 동급생으로 다녀야 했다는 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나 다름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현행 학교폭력 처리 시스템이 가해자의 `지연 전략`에 무방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는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 가해자의 징계 조치 학생부 기록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빈틈이 많다.

정부는 2011년 대구에서 중학생이 집단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2012년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처분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수위를 높였다.

학폭위의 전문성 시비가 붙자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설치하고 학교폭력을 관리하는 방침도 발표했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에 대해 서면사과부터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까지 총 9개로 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사실상 같은 공간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처음 학교폭력을 신고한 이후 학폭위 개최 지연, 학폭위 징계 불복 후 소송 기간 지연 등으로 가해자와 여전히 같은 학급을 다닐 가능성이 커진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22학년도(3월∼11월)에는 전국 시·도 교육청 학폭위에는 총 1만5천643건의 심의가 접수됐는데 이 중 35%인 5천403건이 교육부 지침인 `4주 이내 심의` 기간을 넘겼다.

이 중 서울지역은 총 1천923건을 심의했고 이 중 67%인 1천285건이나 기간을 넘겨 늦장 심의됐다.

학교장 권한으로 학교폭력 사건을 인지하면 1∼3일 동안 가해학생을 피해학생으로부터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기간이 짧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해학생 측에서 맞신고를 악용하여 도리어 최초 신고한 피해학생들이 분리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 교사는 "직접 폭력이 아니고서야 학교장이 분리 조치를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학폭위 결정이 나기 전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으로 규정하는 것도 조심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폭위에서 전학 등 징계처분이 날지라도 정 변호사 측처럼 가해학생이 불복해 행정소송 등을 하게 된다면 이들의 징계는 무기한 유보된다.

학폭위 처분을 생기부에 기재하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기부 기재는 입시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위를 낮추거나 무마하기 위해 법적 소송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학교폭력을 법적 해결보다는 교육적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교육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학폭위에 회부되기 전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상담하고 회복의 자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상우 전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보호팀장은 "피해학생 보호가 우선이지만, 피해, 가해 등 법적 프레임으로 가면 안 된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최대한 이용하는 등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호사는 사건 수임이 목적이지, 두 학생의 관계 회복이 목적이 아니다. 피해측 승소후에도 고통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고 꼬집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교폭력은 방심하고 경각심이 적어지는 순간 발생하게 된다. 예방 및 대응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