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멈췄지만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3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10∼6.522% 수준이다. 한 달 전인 2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280%포인트(p) 올랐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589%포인트(3.889%→4.478%) 뛰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5.420∼6.450%)도 한 달 사이 하단이 0.270%포인트, 상단이 0.140%포인트 높아졌다. 역시 은행채 1년물 금리 상승(+0.391%포인트)과 관계가 있다.
최근 1∼2주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주로 미국의 물가 불안과 이에 따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등 긴축 기조 강화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의 경우 현재 연 4.920∼6.946%로 하단은 0.030%포인트 떨어졌지만, 상단은 0.056%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은행권 대출 금리의 실제 변동 폭은 지표금리인 은행채(고정금리)나 코픽스(COFIX)(변동금리)보다 작은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한 달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589%포인트 올랐지만, 이 금리를 지표로 삼는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인상 폭은 절반 수준인 0.280%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만큼 은행들이 스스로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낮춘 결과다.
신한은행은 3일부터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신규구입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 금리를 0.3%포인트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생활안정자금 용도) 금융채 5년물 기준 금리도 0.2%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 역시 같은 날부터 가계 신용대출과 주택 외 부동산담보대출에 일괄적으로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4대 은행의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하단 하락 폭(-0.030%포인트)은 코픽스(-0.470%포인트)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상단의 경우 코픽스 인하와 상관없이 0.056%포인트 더 올랐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일부(신한·하나은행)가 실제 적용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할 때 코픽스 변동분을 기계적으로 더하거나 빼는 게 아니라, 예금금리나 채권금리 등 실제 조달금리를 따로 계산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1월 기준금리가 인상됐을 때 대출금리는 떨어지고, 2월 동결되니 대출금리가 다시 오른데다 코픽스 흐름과도 잘 들어맞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여러 변수가 있지만,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약 한달의 시차를 두고 코픽스 등에도 상승분이 반영돼 고정금리 뿐 아니라 변동금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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