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으로 균을 치료한다'…신약 열쇠된 미생물

김수진 기자

입력 2023-03-07 19:15   수정 2023-03-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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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용해 장염을 고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제2의 게놈'으로 불리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입니다.

    최근 정부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다양한 기업이 관련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는데요.

    IT·바이오부 김수진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이 인간 질병의 열쇠라는데 우선 마이크로바이옴의 정확한 개념부터 짚어보죠.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건강에 좋다며 곧잘 먹는 유산균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일종이고요.


    <앵커>
    좋은 균을 먹으면 몸에 좋다. 이건 이해가 쉽게 가는데, 치료제 역할도 할 수 있다고요.

    <기자>
    장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우리 몸에는 약 100조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특히 장에 많이 살면서 면역체계를 형성하고 효소를 만드는 등 인체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합니다.

    장내에 나쁜 균이 많이 살면 혈당이나 비만, 체내 염증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있고, 심지어는 치매와도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론을 적용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거죠.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FDA가 승인한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도 나왔습니다.

    <앵커>
    이게 건강한 사람의 변을 이용한 그 치료제군요.

    <기자>
    네, 다국적 제약사인 페링제약의 신약 '리바이오타' 입니다.

    항생제 투여로 특정 균이 증식한 장염(CDI) 환자에게는 '대변이식'이 마지막 희망인데요, 리바이오타는 진화된 대변이식술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치료제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변 속에는 건강한 미생물도 많이 살죠. 이를 환자에게 주입해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윤상선 / 바이오미 대표(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 굉장히 기념비적인 일이 벌어진거예요.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게됐으니까. 마이크로바이옴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난치성 질병들이 있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에…난치 질환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고,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생균 치료제가 굉장히 새롭고 매력적인 개발 분야입니다.]


    다만 해당 치료제가 항문을 통해 주입하는 식이라, 환자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한계는 아직 있습니다.


    <앵커>
    세계 1호가 나왔는데, 국내 1호도 언젠간 나오겠죠? 국내 분위기 좀 어떻습니까?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이 '건강, 질병의 열쇠'라며 업계 주목을 받기 시작한지는 꽤 됐습니다.

    초반에는 잇따른 임상 중단이나 실패 등으로 조금 시들했지만,

    최근엔 정부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히기도 했고, 다양한 회사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다시 도전하면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국내도 1호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국내에서 대표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기업은 어디가 있고, 진척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CJ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폐암 등을 주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의 1/2상 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받은 상태입니다.

    셀트리온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회사인 고바이오랩,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등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리스큐어는 파킨슨병 치료제, 고바이오랩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지놈앤컴퍼니, 쎌바이오택, 바이오미, 지아이바이옴 등에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신약개발이 늘 그렇듯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을텐데요. 투자자들도 옥석을 가려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포인트에서 유심히 봐야 할까요?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위험 요인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미생물이 어떻게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지 정확한 기전이나 조합을 밝히기 어렵거든요. 인과관계를 잘 풀어내야 치료제로 개발을 하는데, 초반에 임상 실패가 이어진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해당 치료제를 일관성 있게 만들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살아있는 생물의 조합이니까요.

    건강기능식품과 얼마나 차별적인 접근이 가능할지도 생각해야 하고요. '먹는 유산균이랑 뭐가 다르지?'하고 여겨질 수 있거든요.

    또 다른 한계도 있다고 합니다.

    [윤상선 / 바이오미 대표(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얼마나 효능 좋은 미생물 균주를 많이 찾아내느냐. 얼마나 대량생산을 잘 해서 경구용 캡슐제제로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중요해지겠죠.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은 마련되어있고요. 국내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를 대상으로 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환경에서 생산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공장이 많이 없어서…(갖춰야 하지 않을까). ]

    <앵커>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이지만, 회사에 따라 가능성이나 환경이 어떤지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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